황간역 장독대와 어느 귀촌인의 안타까운 사연-고향보다 먼 고향
황간역 철길 옆 공터에 있는 장독대입니다.
장독마다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모습도 정겹고
코스모스 핀 철길과 어우러진 모습도 정겹습니다.
장독대는 어릴적 고향집, 그 그리운 추억의 모습이지요.
고향앓이가 심한 편인 필자는 옛 고향집 뒤란에 있던,
가운데에 돌계단이 있고 어머니가 새벽녘 정안수 치성을 드리던
그 장독대를 떠올리면서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이 장독대를 만들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 여름의 일입니다.
칠십 세가 좀 넘어 보이는 한 어르신이 역을 찾아왔습니다.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집에 장독대를 그대로 두고 갈터이니
역에서 필요하면 갖다 쓰라고 했습니다.
황간 소계리가 원 고향인데, 자라서는 타지에 나가 살면서 공직으로 정년 퇴직을 했고,
15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 와 터를 잡고 여생을 보내려 했는데,
자신이 태어난 마을에서 끝내 정착을 하지 못해 다시 도회지로 나가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8.31. 황간시설관리반 김응구 씨와 함께 가서 옥상에 있던 장독을 모두 실어왔습니다.
그의 집 장독대를 고향역 철길 옆에 옮겨 놓은 셈입니다.
장독 안에는 수십 년되어 소금 결정으로 굳은 간장과
묵은 고추장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그대로 둔 것은, 그의 추억과 회한을 이렇게라도 남겨놓으려는 뜻입니다.
그가 왜 끝내 자신이 태어난 고향 마을에서조차 정처를 잃게 된 것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가 못내 잊지 못해 꿈꾸며 그렸던 고향집의 모습,
아마 이랬을 것이다 싶습니다.
고향의 품에서의 이런 소박한 삶,
마치 연어가 제 태어난 냇물의 냄새를 찾아들 듯
부모와 형제 함께 자라던 아득한 추억의 공간에 머무는 것,
평생의 숙원이었겠지요.
.....
또 다시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그의 마음 속에
백수 정완영 시인의 이 시가 문득 떠올랐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