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라진 마을 풍경 기억으로 남은 이야기 커피 그림 - 황간면 옥포동 초강천 냇가 건물

그림

by 강병규 2021. 2. 4. 17:48

본문

금년들어 새로 시작한 그림 작업은 마을 풍경 그리기입니다.

사람의 의무 중 하나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이전보다 더 좋게 변화시켜 후대에게 물려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 내세울 일은 아니지만 황간역장 재임시 폐지 위기의 황간역을 문화플랫폼으로 만들고, 퇴직 후에도 전시회나 음악회 등 이런저런 문화 이벤트에 관여를 하는 이유입니다.

 

마을 풍경 그리기도 실은 그런 생각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변화 속에서 이미 사라져간 어제의 마을 모습을 되새기고, 또 머지않아 사라질 오늘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싶습니다.

 

당초 이 작업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려던 작업이었습니다. 도시재생소규모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의 이야기를 함께 찾아 사진이나 자료를 전시도 하고, 필요하면 책자도 만들어 나누면서, 보다 바람직한 내일의 마을 공동체 모습을 생각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각각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다보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런 공동작업은 어렵겠다 싶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마산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정비사업으로 이미 뜯겨나간 초강천변 건물들부터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중앙약국, 한양식당, 안성식당, 정일약방, 황간유선방송사, 다지미용실, 대광민속, 성신아드리엘가구, 바람개비 직판장, 역전양행, 강고집 왕족발, 흥부상회, 진성식당... 이제는 모두 기억으로만 남은, 옥포동 마을의 옛 풍경입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며칠간 그림 작업을 못하던 중인데, 황간역 갤러리에 걸어놓은 역전 거리 풍경 그림을 본 동해식당 사장이 전화를 했더군요.

"녹슨 함석판에 그린 그림 잘 보았어요. 우리 동해식당도 좀 그려주세요."

이런 작업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래서 바로 동해식당을 그려 선물했습니다.

 

커피로 그리는 이유는 이미 사라진 모습을 회상하는 일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이 그림은 철거를 앞둔 가게 앞에 앉아 있는 마을 사람을 그린 것입니다.

작은 사진을 보고 그린 것인데 누구인지 대강 짐작이 갑니다.

동해식당 그림입니다.

이미 철거된 건물은 자로 직선을 그려가면서 기억을 되살리듯 세부 묘사에 치중을 했는데, 그림 그리는 맛은 좀 덜합니다. 그래서 좀 편하게 그렸습니다.

 

이어서 최근에 완성한 그림입니다.

한양식당과 중앙약국 건물에서 시작해서 진성식당까지 9장을 그리는 것으로, 사라진 풍경이 완성되었습니다.   

아마도 이 풍경이 황간을 찾았던 이들에게 가장 인상적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필자는 이 모습을 볼 때마다 고호의 노란집 풍경화를 연상했었습니다. 

황간역 입구 태림식당에서 바라보이던 풍경입니다.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칼라펜을 사용했습니다. 

 

이 그림은 하나의 상징입니다. 사라진 풍경과 남아있는 풍경을 칼라펜과 커피로 각각 표현했습니다. 

 

서툰 솜씨이긴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에서 사라진 풍경과 그 이야기를 그리는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당초의 생각대로 소규모도시재생사업 중 마을 이야기 찾기의 일환으로 황간역에서 전시도 하고, 마을에서 필요로 한다면 모두 기증 할 의사도 있습니다. 나중에 마을어울림센터나 방앗간 향토역사관 등에 전시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마을 공동체가 그런 생각을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여건이 마련된다면 좋겠다 싶습니다. 시간의 흔적도 문화자산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으면...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