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걸어 들어 가다
작업실 주변은 숲으로 가득하다.
여름이면 그들의 엄청난 생명력으로 나는 숨이 막힌다.
때로는 나를 둘러싼 작업실 콘크리트 벽이,
오히려 그 아우성으로부터 지켜주는 보호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하루의 3분의 2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나머지 시간 역시 대부분 자연의 풍경 속에서 보낸다.
그 공간은 작업실 주변보다 열려 있어서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준다.
그래도 결국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침묵 속에 존재하는 팽팽한 생명력이다.
'코니투스 Conitus' _ 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이, 스스로 존재하고자 하는 본질적 속성을
스피노자는 이렇게 명명했다 한다.
존재하고자 하는 어찌할 수 없는 그 힘은 지금의 나의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진 풀과 나무의 형태로,
숲의 형상으로, 주어진 공간에 서로 긴장된 관계로 형성되어 있다.
이것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내 그림의 색이, 형태가 아름답다면 존재하고자 하는 이 모든 것의 투쟁도 어쩌면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 이 관계들을 바라보지만 않고 그 존재의 숲으로 걸어들어 간다.
사유하려고만 하지 않고 그 투쟁의 현장을 느끼며 공유하려 한다.
그리하여 가능하지 않더라도 이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하는 본질을 마주하려 한다.
결국은 텅빈 공간만을 바라보는 것으로 모든 시간이 끝날지라도 이것이 나의 존재 이유인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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