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간역에 와서 꼭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연 기르기'였다.
경험은 없었지만 4월초쯤인가 영동 장에 가서 큰 다라-올바른 표기가 아닌 줄은 알지만 마땅한 이름을 모른다^!-를 사왔다.
그리고 연잎 밥을 살 수 있는, 노근리에서 매곡 넘어가는 고개 입구에 있는 도랑이란 찻집에 가서 주인에게 부탁을 했다.
"황간역에 꼭 연꽃을 피워야 하니 연근 좀 구해주세요. 홍련은 말고 백련으로요."
우여곡절 끝에 어느 스님이 택배로 부쳐 주셨다는 연근을 전해 받게 되었다.
(그런데 그 스님이 아직까지도 가격을 안 알려주신다니, 아마 보시를 하신 것 같다^^*)
고규환 씨가 집 논 흙을 한 짐 퍼왔고, 역에 있던 거름하고 섞어서 연근을 심고 마사토로 덮고 물을 가득 채웠다.
연근 숫자가 제법 되었는데 반타작 하면 다행일거라란 생각에 대여섯개는 심은 것 같다.
(내년에는 분양을 많이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5월부턴가 연 잎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한 것 같다.(재배 일기를 쓸 걸 그랬다)
6월이 되자 생각보다 훨씬 많은, 아주 넓다랗고 싱싱한 연잎들이 무럭무럭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전에서 금붕어 사다 넣고, 산소 발생기까지 설치했다가 금붕어들이 모두 살기 싫다고 하는 바람에 철거하는 일도 있었고....
며칠 전부터 작은 봉오리 하나 솟아 오르기에 가슴 졸이며 기다렸는데
마침내 오늘 아침 6시경부터 하얀 연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연꽃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오늘은 사람들에게 좋은 말만 해야지..'
황간역에 하얀 연꽃이 피어날 수 있게 도움을 준 찻집 도랑의, 마음 속에 아주 찬 물 맑고 깊고 깊은 샘을 지니신 것 같은 여 주인과
황간역에 연근 보내 주신 어느 스님께 감사 드린다. 내일쯤 오랫만에 도랑으로 차 마시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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