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사제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청주 성요셉공원의 성당 십자가입니다.
하느님의 사제로 평생을 살았고,
입던 제의 한 벌 저렇게 남기고 간
한 사제의 모습이었습니다.
신종섭 안드레아 신부님은 2013.6.2일 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 새벽 3시에 선종하셨습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산 미겔 에스코바르 성당 주임신부로 해외사목 중,
급성 뇌종양으로 치료를 위해 귀국 하신 지 며칠만의 일입니다.
병 발견에서 돌아가시기까지의 기간이 불과 3주였다고 합니다.
오늘 신부님 2주기를 앞두고 찾은 가덕 성요셉공원 성직자 묘역
신종섭 안드레아 신부님의 작은 무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무는, 그 열매를 보면 안다."
신종섭 안드레아 신부님은 1995.7.7일부터 2001.5.28일까지 황간성당의 주임신부로 재직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 본당에 계실 때 나눈 대화 중에서 교회의 선교사명과 관련한 두 가지 말씀을 기억합니다.
하나는,
"성당은 신자들을 위해 서비스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입니다.
성당이 신자들은 신앙 안에서의 기쁨과 평화를,
일반인도 사회에서 얻지 못하는 영성적인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또 하나는,
"급격한 신자 노령화와 시골 노인들 고독사 현상 등에 대처하기 위해,
시골성당 안에 노인 신자들이 공동체의 도음 속에서 생활을 할 수 있는 생활관을 짓고,
돌아가시면 신자 공동체가 일상처럼 쉽게 찾아가 기도할 수 있도록,
성당 옆에 신자 묘역도 있는 그런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싶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신부님의 이런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 교회의 방향성과 관련한 선각자적인 안목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찌보면 신부님께서는 이 두 가지를 화두 삼아
온 몸을 바쳐 일하신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게 온 몸을 바친 것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선종하셨을리가 없습니다.
사실, 내가 알고 기억하고 있는 신부님의 모습은,
사제로서의 신부님 모습 중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에 대한 개인적인 정분 때문에
굽은 것도 곧게 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종섭 안드레아 신부님이 사목하시는 동안 황간성당은,
신자들에게 정말 자랑스런 성당으로 변모했습니다.
본당에는 늘 활기가 있었고,
대축일 때면 성당이 비좁을 정도였습니다.
아직도 많은 신자들이, 신부님이 자신들을 얼마나 배려했는지에 대해서
고맙고 그리운 기억들을 말하고 싶어합니다.
비신자들 중에서도 신부님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신부님이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이뤄 낸 성과에 대해서도
이제는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는 말도 듣고 있습니다.
과테말라에서 어떻게 지내셨는지는 이런 저런 사진과 전언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신부님이 현지 본당 사목 활동에 얼마나한 정성과 열정을 바치셨는지는,
앞의 추모 영상 스틸 컷으로도 미루어 집작할 수 있지만,
신부님의 갑작스런 발병으로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부님은 길지 않은 생애를 청주교구 사제로서 마치셨습니다.
그리고 주교님께서 집전한 장례미사를 통해 성직자 묘역에 묻히셨습니다.
신종섭 안드레아 신부님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감각의 영역을 벗어나, 신부님의 계시는 곳에 이를 수 있다면,
황간본당의 신부님이셨던
신부님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이런 것 아닐까요?
정작 간절한 것은 글로 무어라 표현할 길 없지만,
신부님을 생각하면 목이 막혀오고 북받쳐 오르는,
이렇게 그립고 아픈 마음...
하느님,
신종섭 안드레아 신부님의 영혼에 당신 자비를 베푸소서.
가족들의 아픈 마음도 위로해 주소서.
그리고 특히,
당신의 사제들의 마음에 당신의 평화를 내리소서.
그리하여 사제들 마음의 그 평화가,
그 사제들을 당신의 대리자로 믿고 따르는 당신의 백성들
신자들의 마음에도 이르게 하소서.
그리하여
신앙공동체의 모습은 아집과 편견에서 비롯하는 반목과 질시가 아니라,
자신을 기꺼이 내어 줌으로써 마음에서 마음으로 스미면서 흐르는
강물과도 같은 평화임을....
아멘.
<신종섭 안드레아 신부님 복음성가 - 야훼 우리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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