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법 많은 노래동영상을 만들었다.
시노래로는 조동진, 김민기, 박경하, 이지상, 이제하, 고명숙, 정진채...
가곡(국악곡 포함)으로는 최정란 시인의 '간이역에서', '여명', 김영주 시인의 '그리워서 피는 꽃', 이가인 시인의 '기다림'...
노래를 동영상을 만드는 것은
마음에 스미는 곡을 제대로 소화해보려는 나름의 방법이다.
노래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찾고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시와 곡, 노래가 지닌 속맛이랄까 그런 게 느껴진다.
무슨 영상기법을 제대로 익혀서 한 것이 아닌 순 아마추어 솜씨라 내세울 바도 아니고,
인터넷이란 열린 공간에 공개하는 것이 한편으론 조심스럽기도한 일이다.
그중에서 늘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2015년 1월에 만든 박경하의 <들꽃>...
황간역 110주년 음악회 때 울산의 심순보 작곡가와 함께 온 박경하 가수와 그의 노래를 처음 만났다,
박경하 가수가 역 대합실에서 <들꽃>을 노래했는데,
현장의 음향 상태가 안좋아 녹화 영상을 대체하여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급하게 만들었었다.
처음이다보니-물론 지금도 거의 그 수준이지만- 영상 편집도 많이 서툴고,
무엇보다 곡에 대한 느낌 자체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였다.
언젠가 다시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는데,
엊그제사 <들꽃>에 대한 나름의 느낌과 생각이 최종 정리되었다.
'안데스의 고원 풍경과 함께 오버랩되는
멕시코의 민중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인물 군상들...'
구광렬 시인을 TV 여행 프로그램 남미편에서 자주 보았기 때문에
시에도 일종의 선입견이 작용했을 수 있겠지만,
박경하 가수의 <들꽃>을 들으면 늘 이런 그림이 떠오른다.
안데스 산맥의 고원을 스치는 바람 소리,
드넓게 펼쳐진 평원 메마른 땅,
작은 몸뚱이들 서로 엉켜 피어난 질긴 꽃무리들,
들풀처럼 강인하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의 사람들...
구광렬 시인의 시에서,
박우진 작곡가의 곡에서,
박경하 가수의 목소리에서 느낀다.
한낮의 바람과 햇볕,
한밤중의 추위와 별빛을
때론 견디며 때론 노래하며
끝내는 그 땅에 뿌리내려 살아가는 생명의 강인함...
이 영상을 만들면서
박경하 가수의 <들꽃>을 안데스의 어느 고원에서
남미의 가수가 남미의 언어로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언젠가 꼭 그랬으면 참 좋겠다.
<박경하 시노래-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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