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81) - 냉이
신동숙
...
겨울을 푸르게 견뎌낸 냉이가
뿌리에 단맛을 머금었습니다
흙의 은혜를 저버리는 듯
잔뿌리에 흙을 털어내는 손이
늙은 잎을 거두지 못하고
시든 잎을 개려내는 손이
못내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땅에 납작 엎드려 절하는 냉이 같습니다
* 이 시를 만난 때는 2020년 4월 첫날이었습니다. '땅에 납작 엎드려 절하는 냉이 같습니다'라는 그 마음에 걸려
폰에다 담아 놓기만하고 근 일 년간을 이리도 저리도 못했었습니다. 엊그제 눈이 덜 녹은 냇가 둑길을 걸으면서 마침내 마음 속의 냉이를 캐어 이렇게 커피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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