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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이야기 - 저마다의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시간의 꽃

시와 글에 그림

by 강병규 2021. 4. 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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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저 먼 곳의 나무 꼭대기에서 부는 살랑대는 바람소리 같았다.

하지만 그 소리는 점점 커져 마침내 폭포 떨어지는 소리, 아니, 바닷가 바위에 세차게 부딪치는 파도 소리만큼이나 커졌다.

모모는 이 웅장한 울림이 끊임없이 다르게 배열되고 변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음이 어울려 지어내는 소리라는 것을 점점 더 또렸하게 느꼈다.

그것은 음악이었지만, 동시에 음악이 아닌 전혀 다른 것이기도 했다.

 

모모는 불현듯 그 음악을 다시 기억해 냈다.

초롱초롱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 앉아 정적에 귀기울일 때에, 이따금씩 아득히 먼 곳에서 나직이 들려 왔던 바로 그 음악이었다.

 

이제 울림은 더욱 맑고 밝아졌다.

모모는 이 소리나는 빛이 제가끔 다른 꽃들, 똑같은 모습이 다시는 없는, 단 하나뿐인 모양의 꽃들을 어두운 물 속 깊은 곳에서 불러 내어 꽃봉오리를 피어나게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오래오래 귀를 기울일수록 모모는 낱낱의 소리를 또렷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금과 은, 그리고 다른 온갖 종류의 금속들이 어울려 내는 노랫소리처럼 들렸다.

그 때에 그 울림의 뒤쪽에서 문득 전혀 다른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 오는 말할 수 없이 강렬한 소리였다.

소리가 점점 더 또렷해졌기 때문에 모모는 서서히 낱말들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일찍이 들어 본 적은 없었지만,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의 낱말들이었다.

해와 달, 유성과 별들이 제 진짜 이름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이름들에는, 해와 달과 유성과 별들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함께 영향을 미쳐 시간의 꽃 한 송이 한 송이를 탄생시키고 다시 소멸시키는지, 그 비밀이 담겨있었다.

 

모모는 문득 이 모든 말이 자기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먼 곳에 있는 별을 비롯해 온 세상이, 엄청나게 커다란 단 하나뿐인 얼굴을 모모에게 돌리고 모모를 바라보며 말을 걸고 있었다!

 

...

 

"모모, 네가 보고 들었던 것은 모든 사람의 시간이 아니야. 너 자신의 시간이었을 뿐이지.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네가 막 다녀온 장소와 같은 곳이 있단다. 허나 그곳에는 내가 데리고 가는 사람만이 갈 수 있어, 게다가 보통 눈으로는 그곳을 볼 수 없지."

 

...

 

<필자가 외손자 안지유에게 모모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그린, 모모가 거북이 카시오페이아와 함께 시간의 방을 찾아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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