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모모와 기기와 지유

시와 글에 그림

by 강병규 2021. 5. 11. 11:03

본문

어둠 속에서 비쳐오는 너의 빛

어디서 오는지 나는 모르네.

바로 곁에 있는 듯, 아스라이 먼 듯

언제나 비추건만

나는 네 이름을 모르네

꺼질듯 꺼질듯 아련히 빛나는 작은 별아.

 

미카엘 엔데의 <모모> 첫 장에 나오는 '옛아일랜드 동요에서'입니다.

 

외손자 지유에게 모모 이야기를 해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중에 지유가 자라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마음속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간의 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방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며

삶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내가 그랬습니다.

<모모>를 처음 만난 때는 아마 고등학교 시절로 기억을 합니다.

참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고통과 좌절의 끝이다 싶을 때마다 시간의 꽃처럼 아름다운 정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모모처럼 말로도 그림으로도 형용하기 어려운 환상적인 소녀의 모습이 보이곤 했습니다.

 

물론 꿈에서도 종종 보았지만,

학교 교실에서 수업 중에도, 나중에 철도원이 되어서도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가면서 그런 동화와 같은 환상 속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그것은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낙망하지 않고,

세상과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평생을 살면서 이런저런 실수도 흠도 많았지만, 나름 잘 살았다 싶은 내 인생의 원천이었지요.

 

육십이 넘은 지금도 종종 그런 꿈을 꾸곤 합니다.

그때마다 내 삶은 신이 주신 하나뿐인 귀한 선물이란 걸 깨닫곤 하지요.

 

모모와 기기의 얼굴을 궁금해 하는 지유에게 이 그림을 그려주었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할아버지, 이 모모와 기기의 얼굴은 세상에서 할아버지가 맨첨으로 그린 것이니까. 진짜 모모와 기기 맞네요."

지유는 이 할아버지의 외손자 맞습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