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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황간역 음악회- 고향역에 봄 오는 소리 도란도란 함께 듣던 날

황간역음악회

by 강병규 2017. 3. 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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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날이었습니다.

철길 따라 온 고향역의 봄의 소리 도란도란... 

함께 귀 모아 들으며 내내 정겨운 시간이었습니다.

 

2017.3.18.(토) 제51회 황간역 음악회,   

쬐그한 들꽃 한무리처럼 소담한 노랫자리였습니다. 

시골역 음악회에서는 느닷없이 바뀌는 것  한두 개 꼭 생깁니다.^^*




전직 황간역장인 시골역 철도원은

황간역 음악회를 '어쩌다 음악회'라고 소개합니다.

어쩌다가 들른 시골역에서 문득 만나는-물론 어쩌다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 오는 이들도 있지만-그런 음악회입니다.

거의 매달 열리지만 꼭 날을 정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생기면 그때 그때 어찌어찌 꾸려서 여는 음악회입니다. 

말을 좀 꾸미자면 '문화의 일상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색소폰 부는 역장'-코레일 안전혁신본부에 근무하는 전승찬 부장입니다.

전직 영동역장이고, 황간역 음악회를 맨처음 시작해서 지금껏 이끌고 있는 기둥입니다. 





<전승찬 색소폰- 여자의 일생>


황간 지역 일대는 한반도에서 기가 가장 맑은 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인풍을 한 이들도 종종 보이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수들도 많습니다.

도인도 많고, 시인도 많고 화가도, 음악가도 많습니다.

황간의 연세우리의원 강종두 원장은 그런 고수 중 한 분입니다.



<강종두 하모니카 연주-고장난 벽시계>


<강종두 하모니카 연주-Stand by me>


<강종두 하모니카 연주-하얀나비>


심천에서 오신 김동흔 선생도 여러모로 고수이십니다.

올해 87세이신데 농사를 지어 전자상거래를 하는 IT농업인이자 인터넷 고수이고,

80세부터 시작한 색소폰 연주 솜씨로 음악재능기부 활동도 왕성하게 하시는 인생 고수이십니다. 



이렇게 멋쟁이 할머니와 늘 함께 다니십니다. 참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원래는 뒷 순서였는데, 급히 어딜 가야할 일이 생겼지만 김동흔 선생의 연주는 듣고 가야겠다는 어느 열성 팬의 요청으로 순서를 앞당겼습니다.

연주를 어찌나 씩씩하게 하시던지 깜짝 놀랐습니다. 


<김동흔 색소폰 연주-고향의 노래>


<김동흔 색소폰 연주-감격시대>


신임 남진근 영동역장은 상촌 출신입니다.

현재 영동에서 살고 있는, 그야말로 고향역장이지요.

노기해 황간역장도 영동이 고향이니, 황간역 아주 든든합니다. 




사진으로 시를 쓰는 안소휘 시인, 동생인 안양수 가수를 응원하러 서울에서 친구들을 이끌고 왔답니다.

사회자의 직권으로 시낭송을 청했습니다.



   고향에 돌아가거든


                                        안소휘


   방은 너무 크지 않게

   창은 조금 넓게


   잠자리 쉬어갈 빨랫줄

   바지랑대 세우고


   햇살 익는 장독대

   항아리 몇 개


   배추 사이 민들레 웃는

   텃밭 한 고랑


   할 말 많은 백지랑

   연필 한 자루


   잠 안오는 밤 서성일 마당

   달빛 걸어둘 나무 한 그루


가실 이현숙 시인도 즉석 시낭송을 했습니다.

이러니 어쩌다 음악회인 것이지요.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전인향, 노해솔, 이소미- 황간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오늘 부를 <황간노랑자전거 길>과 <황간역 까치>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황간노랑자전거 길>은 시골역 철도원이 노랫말을 쓴 것에

재미교포 뮤지션인 서재순 님이 곡을 붙인 것입니다.

원곡은 경쾌한 발라드풍인데 아이들이 부르니 또박또박 동요가 되는 군요. ^^*

기회가 되면 원곡의 맛을 살린 연주도 할 수 있겠지요.



<전인향,노해솔,이소미- 황간노랑자전거 길>


이날의 음악회는 <황간역 까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몇 해 전 서울에 사는 송낙현 시인이 황간역에 들렀다가 철탑 위의 까치집을 보고서 지어 보낸 시를

당시 시골역장이 항아리에 써서 까치집이 보이는 플랫폼에 놓고 자랑을 했더니,

작년 가을에 싱어송라이터 안양수 씨가 곡을 붙여 노래한 파일을 누나인 안소휘 시인이 카톡으로 보내왔더군요.

그때부터 이런 음악회를 궁리했지요.

송낙현 시인 부부와 안양수 씨, 그리고 동네 아이들을 초대해서 <황간역 까치>를 부르는 이쁘장한 동요음악회...


송낙현 시인 부부도 초청을 했는데, 감기가 심해서 올 수 없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아쉬운 일이지요.


그래서 이렇게 조촐한 환영 플래카드를 걸었습니다.




<전인향,노해솔,이소미- 황간역 까치>


안양수 씨의 노래를 첨 들은 것은 2015.4.4. 제31회 황간역 음악회 때였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그 음악회는 '기찻길 옆 소곤소곤 봄 소리'였는데, 이번 음악회도 '고향역에 봄 오는 소리'군요.


안양수 씨는 참 조용한 목소리로 노래를 합니다. 노래를 하기 전이나 노래할 때나 노래가 끝난 후에나 표정에 변화도 거의 없고,

나직한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그 여운이 오래 가더군요.




<안양수 - 고향에 돌아 가거든(안소휘 시)>


<안양수 - 나그네(박목월 시)>


<안양수 - 꼬마야(산울림)>


<안양수 - 무제(백수 정완영 시조)>


<안양수 - 고래를 위하여(정호승 시)>



<안양수 - 서시(윤동주 시)>


연주를 마친 남동생에게 누나의 축하 꽃다발, 참 정겨운 모습이었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다함께 부르는 봄노래입니다.



어쩌다 들린 음악회에서 합창을 했으니,

황간역 음악회에서 노래를 하고 왔다고 자랑을 해도 됩니다.^^*



명예영동군민 제1호인 백숙현 원토피아 원장은 아침에 문득 황간역 음악회에 오고 싶어져서

다른 일정 취소하고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대전역에 내려 전승찬 부장과 함께 왔답니다.

참 고마운 시골역 사랑이지요.


<봄노래 합창- 봄처녀>


<봄노래 합창- 오빠생각>]


<봄노래 합창- 고향의 봄>






철길 따라 온 고향역의 봄 소리 함께 귀 모아 들어 준 이들의 귀한 발걸음,

고맙습니다.

특히, 일부러 음악회 보러 와서 사진까지 찍어 보내 준 코레일명예기자 박병선 군, 고맙습니다^^*


참, 다음번 황간역 음악회는 4월 1일 토요일 오후 15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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