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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역 112주년기념 제50회 음악회-고향역 겨울, ...이야기들

황간역음악회

by 강병규 2017. 1. 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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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눈 내린 날,

고향역 사랑방 카페에서 펼친 오붓한 겨울 이야기

2017.1.21.(토) 오후 15시 황간역 112주년을 기념하는 제50회 황간역 음악회 소식입니다.

 

1.20. 저녁 20:40경 청주 MBC 뉴스데스크에서 황간역을 잠시 소개하더군요.

"한적한 시골 간이역에서도 3년 전부터 각종 전시회와 음악회로

문화의 일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

"(황간역을 비롯해서 지역의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문화행위들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극히 짧은 분량으로 다른 곳의 일들과 함께 소개 된 것이었지만,

황간역 문화현상의 의의와 시사점을 충분히 거론다 싶습니다.

비록 작은 시골역이지만 현재 황간역에서 벌이고 있는 다양한 문화행위들은

문화를 일상화하고 있는 선행사례의 하나로 평가 받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취재기자가 말한 '지역적 한계'가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3년 넘게 이런저런 일을 해 오면서 지역적 한계를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철도역은 어차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고, 드나드는 이들도 숫자는 비록 많지 않지만

전국에서 오고 갑니다. 외국에서도 종종 오고 있습니다.

특히 전시회에 참여하는 작가도 전국에서 오고, 음악회 출연팀도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옵니다.

특히, 전시회나 음악회 소식은 인터넷과 언론매체, SNS를 통해 일본이나 미국에 있는 이들과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음악회에도 서울, 청주, 옥천, 김천, 창원 등지에서 온 이들이

황간 지역의 유치원, 초등학교, 대학생 등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공연했습니다.    

그 중 대부분은 아마추어지만, 프로 싱어송라이터도 있습니다.

 

혹시 예산 문제를 지역적 한계의 하나로 꼽은 것이라면,

황간역에서는 그 또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여태껏 음악회나 전시회를 하면서 어디에 예산을 요청하거나 지원 받아 한 적이 없으니까요.

각자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재능기부 형식으로 출연하는 이들에게 미안한 일이고,

특히 황간역은 철도역이라는 공간적 심리적 특수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긴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려운 여건에서 나름의 문화를 일구는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조심스러운 점도 있으니 드러내 자랑할 일은 물론 아닙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황간역은 이미 문화플랫폼-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 지역과 지역이 만나 교류하고

가치를 만들어 이를 공유하는 장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은 시골역을 마음의 고향역으로 여기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가

황간역 문화플랫폼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작은 시골역에서의 문화행위를 통한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성취들, 

함께 하는 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큰 보람과 자랑이기 때문이지요. 

 

제50회 황간역 음악회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황간역 2층 사랑방 카페, 창밖에는 송이눈 내리고,

창원에서 온 싱어송라이터 이경민 씨가 관객들과 함께 동요를 부르는 모습입니다.

 

음악회 안내문입니다. 기대했던대로 눈이 제법 내렸습니다.


운학 박경동 선생이 음악회를 보면서 즉석에서 지은 축시입니다.

黃澗驛舍 百十二週에

祝歌音樂飛雪窓인데

寒泉曲廻月留峰에

日暮頂上白雪揚이라


황간역 일백십이주 기념 자리에

축가 음악 소리가 눈 오는 창가로 흘러 나간다

한천이 휘감아 도는 창밖의 월류봉에는

날저무는 봉우리에 백설이 분분하더라.


지난 연말에 부임한 노기해 황간역장의 인사말- "앞으로도 황간역 문화영토를 든든하게 잘 지켜가겠습니다." 

 

첫 순서로 코레일 김천구미역 부역장 임영윤 씨의 색소폰 연주,

멋진 연주 솜씨로 여성 관객들의 열띤 환호를 이끌어냈습니다.

핸드폰 밧데리 사정으로 녹화를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정태경 씨가 유투브에 올린 <임영윤 색소폰 연주-장녹수>입니다.
http://youtu.be/SKPkDp8nMWo


 

샤토미소와인 안남락 대표입니다.

와인에만 전문가인 줄 알앗는데, 하모니카 불면서 기타 연주에 노래까지! 

사람 좋은 미소만큼이나 정감있는 연주였습니다.

 

 

안남락 대표 부부의 지인으로 청주에서 온 이인겸, 곽선희 부부입니다.



안남락 대표와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문미화 씨, 음악회 출연 신청은 젤 먼저 해 놓고서 막상 노래는 안하더군요.^^*

다음번 음악회 때는 꼭 하기로 했습니다.


<안남락-밤배>


<안남락-사랑해>

옥천 지용시낭송협회 회원들이 2017.1.8. 황간역 카페에 놀러 왔었습니다.

그날 강영선 회장이 황간역 음악회에도 종종 오겠다고 했습니다.

 

이 날 음악회에서는 안미자 운영위원장과 정춘옥 부회장이 시낭송을 했습니다.

이경민 가수의 기타 반주에 아주 잘 어울리는 감동적인 시낭송이었습니다.


 

<안미자 시낭송-그대>


그대    

        정두리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꽃
혼자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못한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스스로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도
몇배로 다시 고이는 힘
이파리도 되고 실팍한 줄기도 되고
아! 한몫에 그대를 다 품을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허물없이 맨발인 넉넉한 저녁입니다
뜨거운 목젖까지 알아내고도
코끝으로까지 발이 저린
우리는 나무입니다

우리는 어떤 노래입니까
이노리나무 정수리에 낭낭 걸린
노래 한소절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나게 하는
눈물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와 나는 두고 두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네게로 이르는 길

네가 깨끗한 얼굴로 내게로 되돌아 오는길
그대와 나는 내리 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두어야 합니다.

 
<안미자 시낭송-내가 바라는 세상>
 
내가 바라는 세상

                           이기철

이 세상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사람이 다니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는 일입니다

한 번도 이름 불리지 않은  꽃들이  길가에 피어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 이름 지어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이름 불리지 않은 꽃이 혼자 눈시울 붉히면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그 꽃에 다가가
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는 일입니다

 

부리가 하얀 새가 와서 시의 이름을 단 꽃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면

그 새가 가는 쪽의 마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러면 그 마을도 꽃처럼 예쁜 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되겠지요
 

그러고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이미 꽃이 된 사람의 마음을  시로 읽는 일입니다
마을마다 살구꽃 같은 등불 오르고
식구들이 저녁상 가에 모여앉아 꽃물든 손으로 수저를 들 때
식구들의 이마에 환한 꽃빛이 비치는 것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어둠이 목화송이처럼 내려와 꽃들이 잎을 포개면

그날 밤 갓 시집온 신부는 꽃처럼 아름다운 첫아일 가질 것입니다
그러면 나 혼자 베갯모를 베고 그 소문을 화신처럼 듣는 일입니다
 

옥천지용시낭송협회 정춘옥 부회장입니다.

마치 성우와도 같은 감성 만점 목소리...

눈 내리는 황간역 분위기에 어울리는 시, <사평역에서>를 낭송했습니다.


<정춘옥 시낭송-사평역에서>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정춘옥 시낭송-목마와 숙녀>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준수한 외모에 자신을 '황간역 음악회의 젊은 피'라고 소개한 하지훈 군은 올해 부산대학교에 입학한답니다.

 

 


아주 멋진 허스키보이스로 <여수 밤바다>와 <사말어사-사랑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을 불렀는데,

역시... 젊은 엄마들이 엄청 좋아하더군요.^^*



<하지훈-여수 밤바다>

 

철도신문 편집인 여경록 씨에게서는 문학청년과도 같은 순수함이 느껴집니다.

제스처는 수줍은 듯 했지만 7080 통기타 노래 솜씨는 뭇 여성 관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파에 앉아 웃고 있는 전승찬 씨하고 머리 색깔은 다르지만 고등학교 동기입니다.

 


<여경록- 삼포 가는 길>


 


<여경록- 나 어떡해>


유다향 씨의 가창력은 이미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전국에서 영동을 찾아 오는 여행객들을 위해 영동관광안내사로 눈부신 활약을 하면서

이따금 선보인 노래 솜씨에 반한 팬들이 엄청 많은 것이지요.

이 날도 갑자기 찾아 온 단체 여행객 안내에 바쁜 와중인데도 황간역 음악회에 기꺼이 출연했습니다.  



<유다향 - 내 마음 별과 같이>

 

아이들은 언제나 황간역 음악회의 꽃입니다.

이쁘지요!!!  황간역이 이런 아이들에게 의미가 있는 고향역이 되는 일, 중요한 몫이라 생각합니다.


베베와인 박천명, 이언희 부부의 아들내미 박승준 군,

혼자 노래만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고, 지도를 하는 바하피아노학원 김수자 원장이 어찌해야 할까 전화를 했더군요.^^*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하게 하는 게 맞은 일이지요.

 

<박승준 -꿈>

 

아이들이 이렇게 깜찍하게 변신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지요.

박성연(9), (금혜나(8), 황희돈(6) 어린이, 너무너무 귀여웠어요! 

 

마무리도 이쁘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성연,금혜나,황희도-율동 '천국은 마치'>


미남 싱어송라이터 이경민 씨.

2집 가수다운 가창력의 빼어난 노래도 노래지만, 공연장의 분위기를 단숨에 휘어잡는 탁월한 무대 매너의 소유자입니다. 

이 날 음악회 진행이 예상보다 30분도 넘게 늘어지다보니, 앞줄에 있던 열성 여성 관객 대부분이 기차 시간 맞추느라 빠져나간 상태였는데도

역시 식었던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 올리더군요.


 

<이경민-사랑했지만>

 

<이경민-봄날은 간다>

 

<이경민-농부>

 

코레일 안전혁신본부 전승찬 부장은 새삼 소개가 필요없는, 황간역 음악회의 든든한 기둥입니다.

꼭 불가피한 상황만 아니라면, 언제든 마다 않고 달려 와 음향과 연주 봉사를 도맡아 합니다.

 

 

 

정태경 씨가 유투브에 올린 <전승찬 색소폰 연주-사노라면>입니다.

http://youtu.be/1YfYNqJjT5w


 

 

여경록 편집인은 아침 10:54 기차로 도착했고


이경민 가수는 멀리 경남 창원에서 김민섭, 최정숙 부부와 함께 눈길을 뚫고 달려왔습니다.

다들 박경하 가수와의 소중한 인연으로 만났지요. 

파노라마 모드로 찍으니 월류봉이 더 멋지게 보이는군요.

 

 


운학 박경동 선생과도 귀한 인연이 맺어졌습니다.


운학 선생은 황간역 음악회 축시를 써 주셨고,


황간역 기념품을 답례로 드렸습니다.

 

날이 저물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고향역의 겨울 이야기들은 모처럼 내린 눈처럼

함께 한 이들의 가슴에 차곡차곡 쌓였겠지요. 

늘 한결같은 고향역 사랑, 고맙습니다.


*여기 올린 영상과 사진은 시골역 철도원과 이종철 화가, 송남수 이장, 베베와인 박천명 대표, 최정란 시인 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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