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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방갈모 캘린더- 라오스방갈로학교 아이들 그림으로 만든 달력

그림

by 강병규 2019. 11. 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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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방갈로초등학교를돕는 모임(방갈모)에서 2020 캘린더를 만들었습니다.

올해 1월에 라오스에 가서 방갈로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난 감동으로,

4월에 황간역 갤러리에서 그 아이들을 위한 자선 그림전시회를 열었었습니다.

그런 계기로 달력에 필자의 그림이 들어갔습니다.

그림을 전공한 처지도 아니면서 전시회에 이어 달력에까지 그림을 넣게 된 것은 용감해졌기 때문입니다.

방갈로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단순한 용기입니다.

이 달력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의 마음과 손길이 아름다운 인연으로 이어지게 되길 기대합니다.


라오스방갈로초등학교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주 푸쿤의 해발 1,500미터 짙은 안개 속 산동네 방갈로 마을에 있는

방갈로초등학교 아이들은 학교에 올 때 코흘리개 동생을 업고 옵니다.

아직은 수줍은 엄마 선생님도 어린 아기를 안고 수업을 합니다.

정식 교과서도 없고, 변한 학용품도 없고, 놀이시설도 없지만,

아이들의 눈망울은그곳의 맑은 밤하늘 가득한 별만큼이나 초롱초롱합니다.



방갈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20171월 신현수 시인, 이명분 교장, 이미희씨 등 8명이 라오스 여행을 했는데, 현지 여행 가이드가 한국인 라오스쭌(김경준)이었습니다.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으로 가는 봉고차에는 라오스쭌이 2015년부터 돕고 있던 방갈로초등학교에 전해 줄 옷가지 등 5박스가 실려 있었습니다.

해발 약 1,500m에 있는 푸쿤마을에 도착하니 자욱한 안개 속에 작은 학교가 보였습니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동생들까지 업고 와서 추위에 떨며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교사 5명과 학생 50명 정도의 공립학교인데, 교과서도 없고 학용품도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수도시설이 없어 학생들이 산골짜기를 왕복 2km나 걸어 물을 길어다 쓰고 있었습니다.


일이 커졌습니다.

 

신현수 시인이 단톡방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아이들은 어느 땅에서 태어났건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들이 아이들에게 학용품이라도 사 주자."

이런 뜻이 퍼지면서 동참자가 날로 늘어났습니다.

경인교대 부설초교에서는 개교 6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방갈로초교를 돕는 데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일행이 다시 모였습니다.

일이 커졌으니 단체를 만들자.”

라오스방갈로초등학교를돕는모임(방갈모)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마음과 손길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방갈모 회원은 현재 약 350명입니다. 회비는 매달 5천원입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학용품과 의약품, 의류 등을 자주 보내면서, 학교 건물도 고치고 컴퓨터도 보내고, 놀이시설도 설치했습니다.

학교 방문 봉사활동도 하고, 그림과 사진 전시회와 자선 콘서트도 열어 마음을 모았습니다.

특히 2019년에는 학교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이 마음 놓고 물을 쓸 수 있게 급수시설도 설치했습니다.

회비보다도 훨씬 더 많은 마음과 손길이 함께 한 덕분이었습니다 


방갈모의 꿈이 자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마음껏 볼 수 있게 도서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그리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부분 중학교에도 진학하지 못하는 그곳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기술학교 설립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대부분은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을 하지 못한답니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관광객을 위한 마사지업소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12살 어린 손가락들이 관절염을 앓고 있는 딱한 실정입니다

라오스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열악한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돕고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활동을 넓히는 것도 방갈모의 꿈입니다.

방갈모의 라오스 현지 이사인 라오스쭌은 개인 차원의 후원도 계속하면서, 방갈모와 함께 기술학교를 설립하게 되는 날을 위해 열심히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단 돈 오천 원

 

김민곤

 

내 단 돈 오천 원이

구름 위 산동네 아침 안개로 낯을 씻어

눈이 맑은 1학년 아이들

한 대야 세숫물이 될 수 있다면

 

내 단 돈 오천 원이

싸바이디! 정겹게 인사하는

아홉 살 부스럼 딱지 앉은 머리

깨끗이 감겨 줄 한 통 물이 될 수 있다면

 

내 단 돈 오천 원이

먼지 날리는 신작로 맨발로 학교 가는 3학년

쇠공 놀이 마친 뒤 깔깔거리며

손발 닦을 한 바가지 물이 될 수 있다면

 

내 단 돈 오천 원이

가파른 산세 따라 폭포로 흘러내려

메콩으로 빠지는 흙탕물 한 초롱 걸러

4학년 아이들 한여름 찌든 땀 씻어 줄 수 있다면

 

내 단 돈 오천 원이

비 오듯 쏟아져 내린 쇠 동이 폭탄들

쓰디 쓴 독물 웅덩이 파인 자리 메워

맑은 샘물 퐁퐁 솟아나게 할 수 있다면

 

내 단 돈 오천 원이

밑 빠진 독처럼 공화국도 사회주의도 아직

돌보지 못하는 헐벗은 인민의 아들딸들

밥 지을 한 항아리 맑은 물이 될 수 있다면

 

이른 새벽 루앙프라방 뒷길

탁밧 나온 동자승이 공양을 나누 듯이

우리의 연대는 마음을 열고 어깨동무하는 것

우리의 연대는 무엇보다 내 얇은 전대를 여는 것

 

그 흔한 커피 한 잔 맥주 한 병 담배 한 갑

쉽게 쓰는 우리 주머니 단 돈 오천 원이

푸쿤 방갈로 아이들 텅빈 책가방에

책이 되고 공책 필통 그림 도구가 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우리 단 돈 오천 원이

캅차이! 곱게 숙여 합장하는 5학년 아이들

가녀린 어깨며 등짝에서

나날이 무거운 물지게를 벗겨줄 수 있다면

 

내가 내는 한 달 단 돈 오천원이

우리 내는 한 달 단 돈 오천원이

밤하늘 별빛 담은 라오 아이들 눈동자에

참파 꽃 닮은 미소 활짝 피게 할 수 있다면

  




산 넘어 산에

 

천영기

 

그리움을 꼭꼭 눌러쓴

일기장을 펼치면

소중하게 묻어 둔

장소 하나

쏟아지는 별빛을 따라

자박자박 걸어 나온다

 

라오스 하고도 푸쿤 주

그러고도

산을 쉰 개 정도는 넘어야

가볼 수 있는 곳

구름 위에 걸터앉은

방갈로초등학교

 

하늘 가까운 그곳에는

눈에 별빛을 가득 담은

아이들이 있다

올망졸만 모여들어

낯선 이의 손을 잡아끌던

환한 미소가 맴돌고 있다

 

한 차례 두 차례

굽이굽이 들어가 보니

제일 시급한 것은

건기의 목마름

학교만이 아닌

마을에도 물이 필요하다

 

그래도 언니 오빠들이

한쪽 어깨에 대나무를 걸어

주렁주렁 통들을 매달고는

출렁이는 물소리를 벗 삼으면

무서움도 사라지는

계곡으로 가는 외길

 

모이를 기다리며

입을 한껏 벌린 아기새 떠올라

외로움도 잊을 수 있고

푸근한 미소가

내딛는 발자국마다

활짝 피어나는 숲길

 

자연 속에 살아

티 없이 맑은 눈망울을 가진

자연을 닮은 아이들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울타리가 되어

뛰어노는 아이들

 

그리움이 그렁그렁

볼을 타고 흐르면

신발을 질끈 동여매고

산을 넘고 넘어서

손잡고 같이 가고 싶은 곳

라오스 방갈로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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