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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하 송년 시노래 콘서트 <눈오는 밤> 울산 플러그인

시동(詩同)중창단-시노래와 함께

by 강병규 2019. 12. 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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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래가수 박경하의 울산 플러그인 송년 시노래 공연에서 내가 맡은 일은 공연 시작 전 간단한 안내 멘트로 무대를 여는 것이었습니다.

그럴만한 자격이 아니면서도 이번에도 거절하지 못한 것은, 박경하 가수의 나에 대한 신뢰가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란 걸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길지 않은 안내 멘트이지만, 매번 무대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전달할 지를 궁리하게 됩니다.   

박경하 가수에게 울산 플러그인에서의 송년 콘서트는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다 문득 이런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한 남자가 죽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죽음을 깨달았을 때, 그는 신이 손에 가방을 들고 다가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 이제 하늘나라로 가야할 시간입니다."

"저는 아직도 해야 할 계획이 많이 남아 있는데요?"

"유감스럽지만 이제 가야할 시간입니다."


문득 신이 들고 있는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 가방에는 당신의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제 것이라면 내 물건, , 돈 그런 것인가요?"

"그런 건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다 지구의 것이지요."


"그러면 제 기억들이 들어있는지요?"

"아닙니다. 그것들은 시간 속에 있습니다."


"그럼 제 재능들이 들어 있는지요?"

"아닙니다. 그런 것은 당신이 사는 환경 속에 있는 것입니다."


"내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들어있나요?"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 인생의 과정 속에 있는 것입니다."


"그럼 사랑하는 제 아내와 아이들은요?"

"그들은 당신의 마음속에 있을 뿐입니다."


"그럼.. 제 몸, 제 육체는 있잖아요?"

"아니, 그것은 먼지일 뿐입니다."


"그래도 제 영혼만은 제 것이겠지요?"

"미안하지만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당신의 영혼은 신만이 가질 수 있는 겁니다."


하늘나라에 다다르자 신이 가방을 열었습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절망과 공포에 찬 마음으로 신이 여는 가방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가방 속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제 것은요? 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건가요?"

"예. 맞아요. 당신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럼 한평생을 살아 온 제 것은 무엇이 남아 있습니까?"

"남아있는 것은 없습니다.

당신에게는 숨 쉬며 살아 온 일생의 매순간이 있었을 뿐입니다.

당신이 사는 그 순간들, 그 순간만이 당신의 것이지요."

  

공연 시작 시간이 바뀌는 바람에 준비한 멘트를 다할 겨를이 없어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에 이르면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다만 매순간 순간 숨쉬며 사는 그 순간만이 온전한 자신의 삶이라는 것이지요. 

여러분과 저는 지금 같은 공간에서 각자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하는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시노래가수 박 경 하....

오늘의 이 자리, 이 순간을 위해

오랜 세월 숱한 시간들을 오직 시노래라는 외길로 걸어 온 시의 가객....

몸도 마음도 다들 분주한 이 연말 시즌에

박경하 가수가 여러분을 이곳 울산까지 모신 것은,

우리 생애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이 순간들을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은,

그런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첨에는 공연장이 생각보다 작은 공간이라는 것에 놀랐고, 공연 시작 전에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에서 놀랐습니다.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음향 등 공연 시스템의 일부는 준비가 덜 되어 있었지만, 과연 박경하 가수는 한 곡 한 곡을 간절하게 혼신의 힘으로 노래를 했습니다.

박경하 가수는 해마다 전국 각지의 이름난 문학행사에서 초대를 받고 있는 독보적인 시노래가수입니다.

이런 무대는 자신의 시노래를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인데도, 자신의 히트곡보다는  무대의 의미와 후배 가수들에 대한 배려를 먼저 생각한 래퍼토리로 진행을 했습니다. 

생애의 다시 없을 소중한 순간들을 모두와 함께 빛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읽혀지는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사실상 기대는 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바랬던 눈은 오지 않았지만, 플러그인 계단을 내려가면서 포근히 눈쌓인 뜨락을 밟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프닝 영상은 <폭설>이었습니다.






박경하 가수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 <감꽃>에 이어 <하숙생>을 노래했습니다.

꼭 부르고 싶었던 곡이랍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 깊이 공감을 했습니다. 

<하숙생-박경하/ 울산 플러그인 송년 콘서트>





박경하 가수가 지극히 아끼는 후배 뮤지션들...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정필조씨와 여주씨



그리고 박경하 가수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울산의 노래숲 멤버들




그리고 신동숙 시인도 초대를 했습니다.




신동숙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 <햇살이 앚으면>을 함께 불렀습니다.


이런 표현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신동숙 시인은 자신이 지은 시와 참 닮은 시인이었습니다.

시인들은 당연히 그럴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맑은 시인과의 만남이 참 반갑고 기뻤습니다. 




박경하 가수는 시노래중창단 시동도 무대로 불러올렸는데, 워낙 갑작스런 일이어서 한 명은 눈 스프레이 찾으러 다니느라 미처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이 또한 좋은 시간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었지요.


<막장 (원제- 아버지 걸으시는 길을)>도 박경하 가수의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곡입니다.

내년도 사북에서의 콘서트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북의 삶을 가장 절실하게 노래한 곡이거든요.  

<막장(원제 : 아버지 걸으시는 길을)-박경하/ 울산 플러그인 송년 콘서트>


박경하 가수가 사북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던 임길택 시인이 지은 시는 이렇습니다. 

아버지 걸으시는 길을

 

                      임 길 택

 

빗물에 패인 자국 따라

까만 물 흐르는 길을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골목길 돌고 돌아 산과 맞닿는 곳

앉으뱅이 두 칸방 우리 집까지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한밤중,

라면 두 개 싸들고

막장까지 가야 하는 아버지 길에

하느님은 정말로 함께 하실까요





박경하 가수는 공연을 마치면서 김민경 플러그인 대표를 무대로 불렀습니다.

이 역시 아끼는 후배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이날 공연은 여러모로 이색적인 자리였습니다.

전문 공연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이벤트가 펼쳐졌습니다.


영동예총 회장이자 시노래중창단 시동의 고문인 이종철 화가는 영동 컨츄리와인에서 협찬한 와인을 들고 왔고 



박경하 가수는 연어회와 


오뎅이며 떡과 과일 등을 푸짐하게 차려냈습니다.


시동의 신입 멤버인 서명석 박사와 신임 고문인 박천표 대표는 대전의 성심당 빵을 한아름 갖고 왔습니다.


공연 뒷풀이....  마침 부근 거리에서는 루미나리에가 눈오는 밤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마음이 포근해진 시동들... 신동숙 시인도 멤버로 영입하기로 했습니다.   



겨울밤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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