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안나 씨, 오늘 음악회 이미 대박났어요!"
"예? 역장님 무슨...?"
"아, 오늘 아침에 수련이 꽃을 피웠어요. 빛깔이 얼마나 이쁘던지! 음악회 보나마나 성공한 거죠!"
"어머, 이따 볼 수 있겠네! 저희는 지금 연습하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 음악회 제목은 뭘로 할까? 그리고 참, 우리 합창반 이름이 뭐였지요?"
"예?...."
2014.6.28(토) 오후 4시경, 아침부터 황간역을 취재 중인 한겨레신문 문화부 손준현 기자님 모시고 반야사 갔다 오는 황간마실 정태경 회장의 차 안에서의 일입니다.
아침에사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다 오늘 저녁 6시 반에 황간역 대합실에서 음악회를 하겠다고 번개불에 콩 구워먹는 소문을 낸 시골역장이
음악회 출연자 섭외를 담당한 이순덕 씨하고 전화하는 말을 듣던 손준현 기자님,
재미있다는 듯 소리 들리게 웃으시더군요^^*
그래도 시골역장은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작년 8.2일 음악회를 맨처음 시작하던 날에도, 마치 때를 맞추듯 하얀연꽃이 피어났습니다.
월류봉 하늘엔 용이 불을 뿜는 듯한 형상의 상서로운 구름까지 나타났구요.
그래서인지, 여태껏 황간역의 문화행사들이 정말 순풍을 탄 것처럼 잘 진행되었습니다.
오늘도, 어제만해도 눈한번 깜빡이지 않던 수련이 갑자기 눈부실정도로 환하게 피어났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물론 금년도 황간역의 모든 문화행사는 이미 대박이 난 것이지요^^!
암튼, 저녁 6시반쯤에 제17회 황간역 음악회-대합실에서 하는 것이니까, 정확한 명칭은 '아주 작은 음악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음악회 제목은 '수련 피어난 날에'로 정하고 플래카드를 급조(?)했습니다.
수련은 흰색 아니면 붉은색만 보았는데, 이렇게 신비로운 색으로도 피는군요!!!
비로 이 장면! 황간역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하는 작가가 레드카펫을 밟고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세레모니, 황간역 아주 작은 음악회의 자랑스런 전통입니다.
비록 소박한 것이지만, 이 레드카펫은 황간역을 아름다운 문화영토로 만들어 가는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최상의 예우로 모시려는 시골역장의 존경과 감사의 표시입니다.
원래는 이순덕 압화전을 오픈한 6월 1일에 했어야 하는데, 그 당시만해도 사회 분위기가 뭘 드러내 놓고 축하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늦었지만, 시골역장이 마음의 짐을 벗는 기쁜 순간입니다.
이순덕 작가가 아들 최문수 군의 손을 잡고 입장합니다. 작가와 가족의 행진인데, 큰 아들 광은 군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느라 오지 못했습니다.
(실은 느닷없이 "오늘 합시다"해서 급조한 음악회라 미처 연락을 못한 거지요^^!)
최문수 군은 성악을 전공하는, 황간의 자랑스런 바리톤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표정, 보는 사람도 흐뭇합니다.
서로가 자랑스런 모자, 날도 더운데 저렇게 꼭 껴안더군요^^*
작가 가족과 함께 이렇게 흐뭇한 표정으로 기념사진 찍는 것, 시골역장이 누리는 최고의 호사 중 하나입니다.
이순덕 작가는, 지역주민과 함께 가꾸는 아름다운 문화영토 황간역의 보배입니다.(설명은 생략합니다.보면 다 아시니까^^*)
색소폰 연주 남욱현 선생이십니다.
산림청 고위공무원으로 퇴직하신 후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나 어디든 흔쾌히 찾아가 멋진 색소폰 연주로 재능기부 봉사를 하십니다.
올해 7학년하고도 몇 반이시라는데 시골역장이 뵙기에는 그저 늘 푸른 청춘(^^!)이십니다.
시골역 대합실에서 울리는 색소폰 연주... 상상만해도 멋진 이런 장면, 황간역에서는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오카리나 합주입니다. 김종임, 육신애, 이순덕 님입니다. 곡명은 <연리지> 오늘따라 가슴 밑바닥을 울리는 듯한 연주를....
이어지는 플룻 연주.
연주하는모습이 곡명처럼 다들 <랑랑 18세>이십니다.^^
최정란 시인입니다.
이 분도 황간역 문화영토의 보배이십니다.
사전에는 아무런 얘기도 없다가, 대합실 들어서는 분에게
"시 낭송 해주세요"
그래도 싫은 기색 안하고 차로 되돌아가서 챙겨 오십니다.
음악회 제목과 압화전 제목에 맞춰, 스승이신 백수 정완영 선생님의 <연밭에서>를 낭송해 주셨습니다.
<연밭에서>
백수 정완영
삼복 무더운 날엔 연밭으로 와 보아라
무더운 세상사보단 훨씬 더 서느로운
맷방석만큼 한 잎을 훈풍 속에 볼 것이다.
서천 서역국에서 날아 온 그 연잎이
아마 또 그쯤에서 실어 온 그 바람을
우리네 눈을 씻어라 펼쳐 보일 것이다.
이 세상 젤 큰 잎들에 이 세상 젤 밝은 꽃
노니는 잉어 바람도 기름처럼 미끄럽고
하늘도 열고 선 못물을 금시 보아낼 것이다.
시 낭송도 앵콜 할 수 있다더군요. 당연히 그래야죠^^*
그래서 자작시 <솔 숲에 가면>을 청했습니다.
이 시는 황덕식 곡 Bar 송기창 노래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최정란 시인의 많은 시가 가곡으로 연주 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간이역에서>, <여명>, <솔 숲에 가면>,<세월의 뜨락에서>, <천태산에서> 등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황간합창반 순서입니다.
좌로부터 시골역장, 정은숙 님, 이순덕 님, 김미숙 님, 이서진 님, 김민수 님.
첫번째 곡은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입니다.
자발적인 앵콜은 없었지만 연습을 한 것이어서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도 마저 불렀습니다.
"오늘 이렇게 멋진~ 날~~에~~~..."
끝나니 박수소리가 좀 나더군요^^!
그동안 최문수 군의 지도로 이순덕 요안나 씨 집에서 이렇게 시작해서...
여희 피아노 학원 선생님 집에 모여 이렇게 연습을 했습니다.
합창 동영상 공개는 개개인의 프라이버시와 황간역의 대내외 이미지 등을 고려해서 과감히 생략하겠습니다.^^!
바리톤 최민수 군입니다.
황간합창반 지도 강사입니다.
시골역 대합실에서의 소박한 음악회 분위기를 이렇게도 바꿔 놓는군요.
<괴테의 파우스트 중에서> 베토벤이 작곡한 곡입니다.
열차시간 가까워지자 관객 점점 늘어나고 분위기 점점 무르익어 가는 가운데..
남욱현 선생님의 색소폰 연주로 이날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려다가...
이 분 색소폰 연주 안들으면 아무래도 잠 제대로 못잘 것 같아 청했습니다.
육신애 님의 색소폰 연주 <머나먼 고향>과 <추풍령> 합창을 끝으로 이 날 음악회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미리 연락 안 드렸데도 귀한 시간을 내 참석해 주신 영동군 정태생 서기관 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 음악회까지 황간역 문화영토와 월류봉, 반야샤, 노근리 평화공원도 꼼꼼하게 취재를 하신 한겨례신문 손준현 기자님 고맙습니다.
또 그리고, 시골역장이 매번 차 한 잔 대접 안해도 기꺼이 귀한 시간 내어 연주 재능 기부해주신 남욱현 선생님과 출연진들 고맙습니다.
황간마실 정태경 회장, 역시 이날도 대전에서 일찌감치 내려와서 취재 안내에다 음악회 다과준비(참, 거의 1시간 15을 하면서 다과 타임도 갖지 못했군요^^!),
그리고 촬영에다... 수고 많았습니다.
세상에 의미없는 일이나 의미없는 시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미없다는 생각은 있을수 있겠지요.
역이란 공간도 어찌보면 단순히 사람이 오고가는 통로일 뿐입니다.
기차를 기다려 타고 가거나, 기차에서 내려 지나가는 공간, 그 역할과 그 가치로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합실에서의 음악회라는 작은 이벤트들을 통해서 황간역은 문화 공간이 되었습니다.
17번의 음악회를 하는 동안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의미가 있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소중한 시간 함께 하면서 소중한 의미를 만드는 즐거움도 함께 나눈 분들,
바로 여러분을 통해서 황간역은 아름다운 문화영토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고향역을 사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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