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이었지만
거울 속에 들어갔다 온 것 같기도 하고
아주 먼 어디엔가를 다녀 온 것 같기도 합니다.
딱히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진 않지만
암튼, 꼭 가야할 그 곳에 갔다 온 느낌입니다.
2015.7.3~7.4 황간 반야사 1박2일 템플스테이...
이번 템플스테이는 차로 시작해서 차로 마치는,
차를 통해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으로 구성된 것이었습니다.
반야사 템플스테이 담당 지운팀장은
석사 박사 과정으로 차를 전공한 차 전문가입니다.
물론 템플스테이 운영의 손꼽히는 전문가이구요.
이런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반야사 차 맛 참 좋습니다.
시골역장도 반야사 차 맛에 이미 어느 정도는 빠진 셈이지만,
아직은 차를 모릅니다.
그런 처지이다보니 템플스테이를 마친 소감으로 이런 생각이 남습니다.
'숨 바로 쉬고
걸음 바르게 걷고
할 말만 제대로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배운 시간...'
그래서
황간역 대합실 입구에 있는 이 시가 새삼 마음에 닿습니다.
천년고찰 반야사는 참가자 만족도가 가장 높은, 최우수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입니다.
몇해 전부터는 산자락에 저렇게 자연스럽게 나타난 호랑이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앞에 보이는 큰 돌은 호랑이의 기가 워낙 세서
성제 주지 스님이 갖다 놓으신 멧돼지랍니다.
저녁 무렵에 보니 정말 "어흥" 할 것 같더군요.
반야사에서 시골역장이 호랑이보다 더 의미있게 생각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백수 정완영 시인이 <반야사 가는 길>을 노래했고,
휘파람 세계챔피언 황보서 씨는 시골역장이 기와에 그린 <반야사 가는 길>을 보고 곡을 붙여 불렀다는 것입니다.
<황보서- 반야사 가는 길>
[mix]20140621_황보서-반야사 가는 길.mp3
반야사와 우리 지역에 문화적 자산 하나를 더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된 것이니,
시골역장으로선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일이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수백년 묵은 반야사 배롱나무의 빼어난 자태와
아담하고 고즈녘한 사찰 분위기가 늘 마음에 듭니다.
저녁 예불 때의 범종 소리도 참 좋구요.
가만히 들으면 저 밑바닥에서부터 조용히 울리는 듯 하지요.
템플스테이 접수를 할 때 신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템플스테이 사무실 추녀에 매달린 풍경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바람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거든요.
신기해서 손으로 풍경을 흔들었더니 소리가 나지 않더군요.
시골역장의 템플스테이를 환영하는 것으로 생각하니 기뻤습니다.
템플스테이 복장입니다.
카스와 페북에 올렸더니 다들 어울린다고 하더군요.
이번 템플스테이는 실은 황간마실 협동조합 창립총회를 겸한 것이었습니다.
시골역장은 조합원은 아니지만, 업저버 자격으로 참가한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반야사와 템플스테이를 안내해야하는 입장이니,
이런 기회에 좀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연차를 쓰고 시간을 낸 것이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모여서 지역 발전을 위한 협동조합을 결성한 것도 드문 일이고,
그런 협동조합 창립총회에 사찰에서 이렇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일 것입니다.
더우기 성제 주지 스님께서 친히 자리를 함께 하면서 차도 내어주시고
격려를 해 주신 것은 각별한 의미있는 일입니다.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이 자리에서의 초심인 '공(公)'의 마음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큰 일들을 하게 될 것입니다."
황간마실 정태경 회장과 이규승 박사,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번거로운 일을 도맡아 준 덕분에 오늘 창립 총회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황간마실 협동조합은 7가지의 체험관광사업을 토대로 황간역 역세권 지역이 살기좋은 곳이 되는데 필요한 이런저런 일들을 하게 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인연이고 아름다운 복을 짓는 사람들입니다.
이사장으로 이순덕 씨가 선임되었습니다.
때가 이르러 사람이 모인 것이니 이제 이룰 일이 남은 것이지요.
이순덕 씨의 오빠입니다. 여동생의 집을 농촌체험을 위한 농원으로 일구시는,
참 깊은 사랑과 대단한 역량을 지닌 분입니다.
최정란 시인은 황간역문화사업 담당 이사입니다.
지운 팀장은 반야사 템플스테이사업 담당 이사입니다.
시골역장은 그저 복이 많은 역장입니다.
맨 왼쪽에 있는 분의 명찰은 '김광열2'입니다. 월류봉 달빛농원의 안주인^^*
대전 지장사 주지 심원성오 스님의 권유에 따라
일원상 그림을 배경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한마음이 되고 공의 초심을 잃지 말자는 다짐이었습니다.
총회를 마치고 곡주팀(?)은 달빛을 따라 반야사를 나섰고,
템플스테이팀은 템플에 스테이....
새벽 5시의 법당 예불이 궁금하긴 했지만, 가톨릭 신자인 시골역장이 든 마음 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싶었습니다.
6시의 문수전 명상에만 갈 요량으로 5시 반에 기상했습니다.
반야사의 새벽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반야사의 아침>
<반야사 냇물소리>
<백화산 천년옛길 입구>
6시 정각, 문수전 명상을 지도해 주실 성천 스님과 함께 모였습니다.
문수전에서 바라보이는 석천 줄기는,
태극문양 형태로 휘돌아 흐릅니다.
반가부좌를 하면 마음이 안정되는 게 참 좋습니다.
스님과 일반인(?), 분위기만으로 성과 속이 확연히 구분이 되는군요^^!
그런데 시골역장은 이런 자세보다는
이런 모습이 더 어울립니다.
지운 팀장은 참 열심히도 찍습니다. 기록에도 강한...^^!
시골역장이 이런 것엔 좀 안목이 있습니다.
남다른 시각으로 보기...
문수전 아래 냇가 바위는 단체 명상하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시골역장이 지운팀장과 의미있는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 연출한 장면입니다.
이 사진을 최정란 시인으로부터 카톡으로 받아 본
미국 LA에 사는 이가인 보나 시인이
마치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장면 같다고 얘기했답니다.^^*
헤르만 헷세의 <싯달타>에서 읽은 한 장면을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강물처럼 흐르는 인연의 큰 물줄기 그 어느 지점을 함께 지나는 인연의 귀함...
아침 공양을 마치고 편백 숲으로 가는 길입니다.
반야교를 건넙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도 소개 된 반야사 돌탑 무더기가 보입니다.
뒷굽 디디면서 들이쉬고 앞으로 디디면서 내쉬면서
한 발 한 발 걷는 명상법...
아... 숨 쉬는 일이 이리도 어렵고
제대로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이리 어렵습니다.
마치 첫걸음마하는 애기처럼 뒤뚱뒤뚱 걷는 50대 후반 시골역장의 뒷모습이 재미있게 보였나 봅니다.
최정란 시인의 몰카입니다.
그러고 보면 하루종일 숨쉬며 살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호흡 하나
숱하게 돌아다니지만 제대로된 발걸음 하나가
곧 '자신의 삶으로 사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야사 맞은 편 백화산 자락에 있는 관음전입니다.
성제 주지 스님이 오래 전부터 큰 원을 세운 후
이곳에 관음보살상을 모시고
감로수 물길을 반야사 쪽으로 흐르도록 했답니다.
아마 그 공덕이 때를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올해들어 반야사에 탁월한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합류했고,
황간마실 협동조합도 반야사에서 결성이 되었거든요.
성천 스님의 지도로 연못가에 빙둘러 앉아 잠시 명상을 했습니다.
개구리 한 마리가 바로 앞의 수련잎에 앉아 시골역장의 거동을 줄곧 지켜보더군요.
하긴 우리는 매순간 순간 세상에 온통 노출된 채 살고 있는 셈이지요.
관음전에서 곧바로 올라오면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라는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산 속에 이런 인위적인 구조물 만들어 놓는 것 영 맘에 들지는 않지만,
문수전과 태극문양 물줄기며 반야사 일대를 관망하기엔 좋더군요.
이 곳에서 잠시 쉬면서 성천 스님이 출가 전 국악을 전공했던 분이란 것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이런저런 대화 중에 반야사 산사음악회 얘기가 나왔습니다.
템플스테이 마치고 나오던 길에 성제 주지 스님으로부터 올 가을에 한번 열어 보라는 허락도 받았습니다.
그러니 이래저래 좋은 인연이 생긴 전망대입니다.
편백숲입니다. 이런 숲이 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입니다.
씨앗에서 발아한 어린 나무들이 너무도 이쁩니다.
편백 숲은 백화산 등산로 입구에서도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천연염색체험입니다.
애기똥풀로 화초도를 그렸습니다.
망치로 두들겨 무늬를 새겨서 손수건을 만드는 건데 재밌더군요.
마지막 순서 차 명상 시간입니다.
불과 20분 짧은 시간이었지만,
1박 2일의 시간 중 가장 긴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지운 팀장의 지도는 대강 이런 것이었다고 기억을 합니다.
.....
작은 찻 잔에 집중해라...
그 속으로 들어가 보라...
그 속에서 자신에게 소중한 이들을 위해 기도해주라...
.....
생전 첨해 보는 정식 명상이었고,
새벽 4시경까지 잠을 설친 탓에
차에 집중은 커녕 머릿 속에 이런저런 풍경만 떠올리다 까무룩 잠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형편이다보니 정작 소감 쓸 일이 난감하더군요.
그런데,
잠시 어딘가 멀리, 혹은 아주 깊이 갔다 온 그런 느낌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마치 거울 속에 들어 가
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언뜻 보고 온 것 같은....
이 손거울은 최정란 시인이 참가자들에게 선물로 나눠 준 것입니다. 세상에 인연 아닌 것이 없습니다.
거울 속을 다녀 온 템플스테이의 선물로 거울이라니!
정말 딱 맞는 선물입니다.
반야사에서 함께 한 귀한 인연들과
그들이 나눠 준 공덕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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