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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선생님과 할머니 작가들의 아주 특별한 기차여행-황간역 영동문해교실시화전

황간역 전시회

by 강병규 2018. 6. 2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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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장님, 심천 문해교실 할머니들이 시화전 작품 보러 기차 타고 내려가요.

저는 심천역에서 할머니들 기차표 끊어 드리고 영동으로 내려와서

학사복과 학사모 챙기고 장애인복지관에서 저번에 못 온 한 명 더 데리고

영동역으로 가서 같은 기차를 타고 갑니다."

영동문해교실지도교사인 최정란 시인입니다.

황간역 문화교실 시화전에 아직 못 와 본 분들을 이끌고 오는 길인데,

마침 비가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아서, 할머니들에게 특별한 기차여행을 시켜드리려는 것이랍니다.


2018.6.26. 15:53 하행 무궁화호 제1213열차로 이렇게 도착했습니다.


"황간역에는 포토존이 많아요.

비오기 전에 사진부터 찍고 들어갑니다."


"여기서도 꼭 찍어야 돼요."


"여기가 황간역 갤러리입니다.

우선 작품부터 둘러 보세요.

각자 자기 작품 어떻게 찾는지 볼게요."



"내꺼 여기 있구먼..."


"이제 학사복 입고 학사모도 쓸거예요."


"선생님 덕분에 우리들이 출세를 다 해보네."


"각자 자기 작품 앞에 서 보세요."

이병순 작가는 올해 92세랍니다.


이렇게 아주 정정하십니다.


임명분 작가는 올해 83세인데 허리가 안좋아 오래 서있기 힘들다면서도

내심 뿌듯해 합니다.

"이렇게 서있기만 하면 되야?"


82세 신봉순 작가도 아주 뿌듯한 표정입니다.


최애경 작가는 연신 수줍음을 타면서도 작품을 바라볼 때마다 표정이 환해지더군요.


"이번에는 자기 작품을 들고 찍어요."

자녀들이 이런 사진을 보고 아주 반가워한다는군요.

왜 아니겠어요.





최애경씨의 맑은 마음이 읽힙니다.


"역장님이 기념사진도 찍어준대요."

예, 당연히 찍어 드려야죠.


"이제 방명록에도 이름을 써 보세요."


평생 자기 이름 석자 써보는 게 소원이었다던 할머니들,

이제는 어엿한 출품작가로서 방명록에 서명을 하는 것이지요.



"올 때는 복지카드로 공짜로 왔는데, 여기서는 왜 기차비를 내랴?"

"할머니 그건, 아까 기차비는 할머니한테서는 돈을 안 받았지만 복지카드에서 돈이 나간 거였구요.

올라가는 건 제가 다 끊었어요."

최정란 선생은 할머니들 기차표도 끊어주고,

음료수도 챙깁니다.


갈 때는 상행 16:47 제1218열차로 황간역에서 영동까지 한 정거장 기차여행입니다.


홈 대합실에서 기차 기다리는동안 역 구내 방송으로 나오는, 최정란 선생의 시로 만들어진 가곡 <간이역에서>도 듣고...  

"우리 선생이 유명한 시인이랴..."


기차를 탑니다.


영동역에서 내리면 엘리베이터 타기 좋으라고 7호차를 지정해서 끊어 드렸더니

그냥 앉아가기 편한 카페객차에 앉으셨군요.


암튼 최정란 선생은 천사표입니다.

지난 6.21.에도 영동장애인복지관 차량에 할머니들을 태우고

인근 U1대학교에서 학사복과 학사모를 빌려 와 이런 이벤트를 했었습니다.


여간한 성의와 정성, 애정이 아니고선 할수 없는 일들이다 싶은데

최정란 선생은 별 힘들이지 않는 것처럼 척척 잘도 해냅니다.

하지만 일을 해 본 사람은 다 압니다. 세상에 반대급부나 희생을 감수하지 않는데 그냥 되는 일이란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빛나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기쁨이 되는-그것 하나면 됐다고 여기는 그 아름다운 마음씨겠지요. 


그 덕분에 황간역에서는 오늘도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피어났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고, 지역주민과 함께 고향역 가꾸는 보람이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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