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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중창단의 숨은 이야기 하나

시동(詩同)중창단-시노래와 함께

by 강병규 2020. 12. 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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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중창단이 2020.12.16. (수) 청주KBS-TV <지금 충북은>에 특집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아마추어 중창단이 공중파 방송에 특별 편집 형식으로 소개가 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고 기쁜 일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촬영 일자가 정해진 후부터 코로나 19가 계속 확산되는 바람에, 현장 촬영이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진행되다보니 시동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아쉬움도 남습니다.

 

현장 촬영의 일부는 황간역 2층 마실카페에서 줌(Zoom)을 활용한 영상 미팅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촬영하던 중에 테이블 유리 밑에서 이런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시동 멤버인 조형률씨가 2020.11.7. 황간역 음악회 공연 때 써놓은 것인데,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카페를 열지 않다보니 여태껏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시동중창단을 '기적에 시동을 거는 사람들'이라고 소개를 하곤 합니다.

시동중창단은 사는 곳도, 하는 일도, 연령대도 다 제각각인 사람들입니다.

단원 중에는 항암 투병 중인 이가 세 명이나 있고, 이런 저런 희귀 질환을 앓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모임이나 공연 일정이 정해지면 만사를 제쳐두고서 모입니다.

아침에 항암주사를 맞고서도 승용차를 몰고 오는 이들도 있습니다.

 

조형률, 김필성 부부는 그중 대표적인 단원들입니다.

조형률씨는 현재 대장암 4기 투병 중이고, 김필성씨는 중증 류마티스를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부부의 표정이나 몸짓에서는 전혀 그런 낌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언제나 밝고 활기에 넘칩니다.

이들 부부의 역할은 시동중창단에 시동을 거는 웃음전도사, 노래 연습이나 공연 때면, 모일 때부터 시작해서 해산할 때까지 시종 끊임없이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조형률씨가 남긴 편지 글을 읽으면서, '시간을 분으로, 분을 초로 쪼개고 쪼개어'라는 대목에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들 부부가 시동과 함께하는 시간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필자가 시동중창단을 기적의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단체나 모임의 사람들이 이토록 간절한 마음을 서로 나누며 살아 갈 수 있을까...  

이날 영상 인터뷰에서 한소영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에게 시동은 숨이었어요. 시동에 오면 비로소 숨통이 트여요. 그래서 모든 스케쥴의 우선 순위는 시동입니다." 

 

2020.5.30. 시동의 월류봉 모임 때 '나의 이야기' 순서에서 이들 부부가 시동 담담한 표정으로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그 누구에게도 쉽게 하지 못했을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날 이들 부부가 들려준 이야기 중에서 모두가 눈물 속에서 들었던 애절한 사연들은 빼고, 이들의 근황만 간략히 소개합니다. 

 

조형률 김필성 부부는 경남 하동 화개골에서 전통차를 연구하다 최근에 거처를 옮겨 창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조형률씨는 대장암 4기 환자로 5년 전부터 항암치료와 수술을 병행하며 지내고 있고, 요즘도 부산의 모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미 60여 차례가 넘는 항암치료와 두 번의 큰 수술, 28번의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며 병마와 싸우고 있는 몸입니다.

 

특히 2018년 2월 시동의 창립 시기에는 몸에 장루(인공배변장치)를 차고 있으면서도, 시동 멤버들 중 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조형률씨의 곁을 지키고 있는 아내 김필성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시동의 에너자이저입니다. 언제나 분위기를 띄우는 화려한 율동과 매력적인 목소리, 기상천외한 애드리브의 달인인데, 실은 죽음과도 같은 통증을 느낀다는 류마티스 환자입니다. 지금도 신랑인 조형률씨과 같은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시동 모임이나 공연 중에도 이따금씩 참기 어려운 통증이 밀려오지만, 멤버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누구보다도 활달하고 쾌활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쓴다고 합니다.

 

조형률씨가 발병하기 전에는 실내 인테리어업체를 운영했었는데, 지금은 건강 때문에 접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들 부부는 현재 창원에서 전통차를 나누며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조그만 찻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부부가 함께 판소리도 배우는 중입니다.

 

조형률, 김필성 부부의 아름다운 삶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시동중창단에서 언제나 힘찬 기적의 시동을 걸어 줄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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