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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그 흔적을 남기고, 흔적은 기록으로 남는다-2021 지역리서치 결과보고전 관람기

나의 이야기

by 강병규 2021. 12. 2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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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부근 옛 대한전기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2021 지역리서치 결과보고전'에 다녀왔습니다.

대전의 문화기획 '구석으로부터' 송부영씨와 서은덕씨의 전시기획이 얼마나 기발하고 디테일한지 다시한번 실감하면서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송부영씨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번에는 또 어떤 기발한 것을 어디에다 배치해두었을까?' 기대를 했는데, 역시 거기에 있었습니다. 천정 가운데의 구조물 사이에 자연채광을 통해 마치 전광판처럼 읽을 수 있게 만든, 지역사람들이 살아 온 이야기의 단편들... 

 

 

그걸 보면서 문득, 약 4만년 전 것으로 추정된다는 손자국 동굴벽화가 떠올랐고,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나 지금 여기에 있어."

"여기에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어."

 

그 때의 사람들은 당시의 기록매체였던 이런 손자국으로,

지금의 사람들은 오늘의 기록매체인 이런 방식으로 각자의 삶의 흔적을 기록한 것이구나...

 

'기록은 그 흔적을 남긴다'는 전시 제목을, '흔적은 기록으로 남는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대전문화재단에서 주최하고, 목원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주관한 것으로,

전시기간은 2021.12.10.~2022.1.21. 월요일 휴뮤입니다.

도시재생사업이나 마을공동체 활동 등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특히 참고가 될 듯 싶습니다. 

 

전시의 취지를 제대로 읽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기획도 원도심 도시재생작업의 일환이다 싶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도시의 예전의 모습과 삶의 이야기를 찾고 기록하고 나누는 것은,

현재적인 도시의 생활공간과 아파트단지 위주의 주거공간에서는 더이상 느끼기 어려운, 생활공동체의 원형을 회복하고자 하는 몸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테면 이런 것이지요. 예전의 원도심은 거주공간인 집과 삶의 터전인 가게, 작업장, 공장 등이 대부분 한동네 안에 있었기 때문에, 지역이 생활공동체로 형성이 되었고, 그 안에서 사는 이들은 삶의 애환을 공동체 차원에서 함께 영위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현대의 생활에서 집은 단독적인 주거공간일 뿐이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공간(직장, 영업장 등)과는 별개의 공간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예전과 같은 생활공동체는 더이상 가능하지가 않다.  그런 변화의 전후 과정을 겪고 있는 이들은 예전의 생활공동체에 대한 향수를 갖는 것이고, 그런 삶의 가치를 생각하는 이들도 동참을 해서 그런 공동체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전시장은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전시 내용은 마치 석류알처럼 빼곡하고 알차보였습니다.

 

전시를 보기 위해 일부러 간 길이 아니어서 제대로 다 본 것은 아니지만, 그중에 인상적이었던 장면 일부를 소개합니다.

 

'3D 스캐닝'- 대전역을 중심으로 정동과 원동 일대를 3D 스케닝으로 재현한 동영상과 사진 자료, 그리고 건출물 모형 등입니다.

 

'얼굴들 다큐멘터리' - 구술 영상과 글자판입니다.

 

'A씨 구술 기록' - 구술 기록을 담은 책자 8권을 전시해 놓았는데, 바닥에 깐 것은 파쇄된 인쇄물 조각들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집과 공장, 가게 앞 도보변에서 자라는 식물들 이야기를 담은 그림작업입니다.

 

'이봐 좀 더 힘을 내'- 그 식물들이 잘 자라도록 가지를 포장용 노끈 등으로 묶어주던 주민들의 손길을 그린 그림입니다.

 

'작업 노트' - 지역에서 자라던 식물들을 관찰한 기록들입니다.

 

대전역 부근 경부선 철길 옆 정동과 원동 일대에 살던 식물들의 자리를 그린 그림 지도입니다.

 

'음악-만달라' 지역의 이야기를 노래한 가사와 음원입니다.

 

'원동'- 일대의 공장과 작업장 사진 작업입니다.

 

'희곡 정동여인숙' - 2021.12.10. 오픈 때 나무시어터 협동조합에서 공연한 희곡 '정동여인숙' 관련 설치물과 자료입니다.

 

'원동교회', '원동상가', '역전 3길'등을 그린 그림입니다. 

 

전시 공간의 일부 모습입니다.

 

잠깐동안의 방문이었는데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나와 안내를 해 준 송부영, 서은덕씨,

필자가 늘 고맙고 든든하게 생각하는 대전의 문화지킴이들입니다.

 

전시장 부근의 동네 골목 풍경입니다.

사람사는 냄새가 나고, 그들이 속내를 털어놓고 두런두런 나누는 사람사는 이야기들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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