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태석 신부라는 태양 빛을 바라보며 그 빛을 따라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큰 빛은 이미 예수님을 통해 비춰졌고, 이태석 신부님은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사명에 따라, 그 빛의 모델로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우리도 각자가 받은 사명에 따른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빛을 세상에 비추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이태석 신부님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그분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그는 어느 한자리에 동상의 모습으로 굳어있을 그런 분이 아닙니다.
아직도 세상 곳곳에서 여러 모습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수녀에게서,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만난 선교사에게서, 그들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일하고 있는 이태석 신부님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이태석 신부님이 성인이 되길 바란다면, 그것은 후원과 기도를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의 아름다운 모습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삶이 어떤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삶으로 그분을 성인으로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2021.12.4.(토) 부산 이태석신부기념관에서 열린 '톤즈에서 만난 그대-이야기가 있는 작은 음악회'에서, "우리에게 톤즈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박진홍 신부는 이런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필자가 그동안 이태석신부님을 생각하면서 품고있던 무거운 화두가 풀리는 듯,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의 생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신앙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밝게 비춰주는 불빛같은 말씀이었습니다.
이날의 작은 음악회는 이태석신부기념관에서 2021.10.22.부터 2022.1.30.까지 열리는 추모전 프로그램의 하나로, 일종의 '노래가 있는 토크쇼' 형식의 무대였습니다.
박진홍 신부와 신경숙 의사가 이태석 신부님 생전에 남수단에서 함께 지내면서 직접 보고 느낀 감동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고, 박경하 가수는 그런 이야기의 맥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시노래를 불렀습니다. 또 KNN 황범 아나운서의 매끄러운 진행 덕분에 장장 두시간 반이 언제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부산 송도, 박진홍 신부는 부산 영도가 고향이고, 이태석 신부님이 얼마나 유머가 차고넘치는 개그맨이었는지, 음악에 관해서는 얼마나 무대뽀였는지, 아이들과 톤즈 사람들에게는 그렇게도 잘 웃고 놀면서도 그 머나먼 땅에 의료봉사를 온 신경숙 의사에게는 속으로는 자상하면서도 겉으로는 부산 사내답게 굴었다는 이야기, 이태석 신부의 어린 제자였던 산티노가 박진홍 신부 도움으로 충남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는데, 유엔기구 등 높은 연봉을 마다하고 고향에서 형편 없는 주급을 받으면서도 이태석 신부님을 닮은 삶을 살고 있다는 등등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여기에 다 열거할 수가 없습니다.
작은 음악회의 전체 내용은 돈보스코정보문화센터에서 당일 실황으로 중계한 유튜브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은 음악회와 추모전의 이모저모는 도보여행가 송영록 선생이 블로그에 상세하게 소개를 했습니다.
톤즈에서 만난 그대, 이야기가 있는 작은 음악회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이번 작은 음악회가 기대 이상의 성황을 이루기까지 많은 이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2012년 7월에 창립된 (사)이태석신부참사랑실천사업회는 후원회원들의 정성을 담아 묵묵히 많은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서도 오랜기간 준비 과정을 거쳤고, 참가자들에게도 세심한 배려를 해 준 점 감사드립니다.
또한 부산서구청의 공한수 구청장과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태석신부기념관장 이세바 신부님과 오혜원 소피아 팀장의 활약은 거의 초인적이었는데, 늘 이렇게 밝은 모습입니다. 그 내공은 짐작만해도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상인숙 작가는 추모전 기획과 도록 편집, 작은 음악회의 시나리오 작성 등, 드러나지 않는 일들을 꼼곰히 챙겼습니다.
도보여행가 송영록 선생은 파워블로거다운 저력으로 추모전과 작은 음악회 홍보에 큰 몫을 했습니다.
박진홍 신부와 신경숙 의사, 황범 아나운서는 이야기가 있는 작은 음악회를 감동으로 이끈 주역이었습니다.
박진홍 신부는 아주 특별한 선물을 들고 오셨습니다.
이태석 신부님 생전에 톤즈 이야기를 카페에 연재 형식으로 올리면서 책으로도 내기로 약속을 한 것이었는데, 신부님의 급작스런 사망 이후의 충격으로 엄두를 내지못하다가 선종 10주기를 보내면서 비로소 마음을 추스려 책을 쓸 수 있었답니다. 비매품 한정판으로 발간하는 <박진홍 신부의 톤즈 방문기> 100권 중 그 첫번째 책을 이세바 신부를 통해 이태석 신부님께 드렸습니다. 참 감동적인 일입니다.
부언을 좀 하면, 박진홍 신부의 톤즈 이야기는 예전에 성바오로딸 출판사와 함께 <톤즈를 웃게 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도 출판을 하였답니다. 이번 책은 박진홍 신부가 마무리 차원에서 그 인세를 모아 자비로 만든 것입니다. 그 중 가장 소중한 첫 열매를 기념관에 기증하는 것으로 이태석 신부님과의 약속을 지킨 셈인데, 이세바 신부는 100권을 모두 기념관에 기증하는 것으로 생각을 했답니다. 그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정리가 될지 은근 궁금해집니다.^^!
박경하 가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념관의 식구입니다.
박경하 가수가 이날 정성을 다해 부른 시노래들은 큰 감동이었습니다.
그중 두 곡을 소개합니다.
이태석 신부님의 곡을 리메이크하여 부른 <묵상>입니다.
상인숙 작가의 가사에 양상진 작곡가가 곡을 붙인 <꽃과 바람>은 이날 박경하 가수가 초연으로 선보인 곡이었습니다.
<꽃과 바람-톤즈의 아이들>
상인숙
꽃이 피었네
작고 여린 꽃
나지막히 엎드려
꽃 이마 적신 한줌 바람
날아오네 마을로
얼기설기 지붕 타고
까만밤 지새우며
신부님 소식 기다리는
아이야, 우지마라
그 사랑 너희 가슴에
피어나리, 피어나리
마중물 바람으로
필자가 특별히 소개를 해야할 이들이 있습니다.
이날 음악회의 세션으로 참가한 이들입니다.
건반과 아코디언의 정은주,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의 조성우,
퍼커션의 송기정,
콘트라베이스의 김동연,
영상감독 이광희,
음향감독 박영운,
영상디스플레이 강원석입니다.
필자가 보기에 이들은 박경하 가수의 시작에서부터 지금까지를 늘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중 이광희 감독과 강원석 감독은 박경하 가수의 사북초등학교 동창생으로 어릴적부터의 단짝친구랍니다.
다들 공연과 행사 일정으로 눈코뜰새 없는 시기인데도 만사를 제치고 서울에서 모여 거의 하루동안 총연습을 하고, 전날부터 부산에 내려 와 준비를 하는 그 열정과 끈끈한 우정이 놀랍기만 합니다.
이밖에도 살레시오회와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등 여러 매체에서 영상작업과 취재를 했습니다.
이날 필자에게 반가운 이들이 많았는데 다들 사진도 찍지 못했습니다.
페친인 신태선님, 상현숙님 등 감사했고, 일일이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그중 필자가 그린 그림 속 주인공인 존 마옌 루벤은 특별히 반가운 방문객이었습니다.
존은 토마스 타반 아콧과 함께 인제대 의대에서 공부를 하여 의사가 된, 이태석 신부님의 제자 중 하나입니다.
톤즈 아이들 모습을 그리면서 그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여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었습니다.
추모전과 작은 음악회의 포스터와 배너, 큐시트, 작품 도록 등에 아름다운 캘리그라피 작품을 재능기부해 준 지니공방 류진희 작가도 고마운 분입니다.
필자와 함께 시노래중창단 시동 활동을 하고 있는 남궁성 박사도 서울에서 동호인들을 이끌고 찾아왔습니다.
기념관 운영이사인 이종길 교수와 문경의 도예가 조심해 선생, 그리고 친구분의 환대도 감사했습니다.
이날 필자 개인적으로도 각별한 의미가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추모전을 위해 필자가 그려 기념관에 기증한 작품들을 담은 도록이 나온 것이었습니다.
정식으로 배운 그림은 아니라 그리 내세울 것은 아니지만, 생애 첫 작품집입니다.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알게 되고, 비록 단편적이지만 그분의 생애를 그림으로도 그릴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이번 작은 음악회를 통해 이태석 신부와 함께 가는 길을 찾게 된 것,
모든 일은 하느님의 섭리이자 은총이고, 함께 한 이들 모두의 도움 덕분입니다.
감사드립니다.
* 이 글에 쓴 사진은 카톡이나 페북 등에 지인이 올린 것이며, 시노래 동영상은 박경하 가수가 편집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태석 선부님을 제외한 다른 분들의 존칭을 생략한 점도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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