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다시 입대하는 꿈보다 더한 악몽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논산훈련소로 불리는 연무대 육군훈련소, 그리고 47년 전 입영열차에서 내렸던 연무대역이다.
나는 1979년 가을에 입대하여 논산훈련소 제25연대에서 훈련을 받고 의정부 101보충대를 거쳐 철원에 있는 모 사단 속칭 백골포병부대에 배치되었고, 1981년 여름에 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
내가 한양대학교 운동장에 모여 청량리역에서 탄 입영열차가 연무대역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이었다.
역에서 연무대 훈련소 정문까지 어떻게 이동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미 깜깜해진 시각 정문 안에 들어서자 마자 조교들이 오리걸음을 시키더니 욕설과 함께 발로 걷어차서 많은 징집병들이 도로 옆의 배수로에 쳐박히던 기억이 난다.
훈련소에서, 그리고 자대에서의 군생활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다.
그 시절은 대부분 비슷하게 겪었겠지만 나 역시 악몽이란 말 아니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암튼 나는 견뎌냈고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이 되었다.
그 연무대역에 다녀왔다.
그리고 거기서 철도원 김명환 역장을 만났다.
몇년 전에 훈련소 정문 가까이에 신연무대역이 생기면서, 더이상 입영열차가 서지 않는 연무대역은 폐역으로 방치되었었다.
나무와 풀로 뒤덮여 있는 역에 자원을 해서 온갖 정성으로 가꾼 결과, 이제 연무대역에는 입영열차의 추억을 찾아오는 발길이 점차 늘고나고 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도 연무대역을 가꾸는 일에 관심이 많아져, 연무대역은 지역의 자랑거리가 되어 있었다.
김명환 역장은 내가 철도공사 본사에 근무할 때부터 알았던 사이이고, 한때 중요한 보직도 맡았던 철도인이다.
그을린 얼굴에 작업복을 입고 역 화단이며 다육이 화분들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는 김 역장의 예의 그 사람 좋은 얼굴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누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고 있으니 저리 행복한 얼굴이 되었으리라.
짧은 시간에 대충 둘러 본 것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연무대역은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꿈 많고 열정 넘치는 김 역장과 연무대역을 아끼는 이들의 손길을 따라 점차 정돈되고 다듬어질 것이다.
그리고 더욱 많은 이들에게 추억을 되살려주는 관광 명소로 거듭날 것이다.
그런데 걱정거리가 있다.
김명환 역장의 철도원으로서의 임기는 올해 6월까지라는 것이다.
퇴직 후에도 연무대역 앞 마을에 있는 민가 빈집을 얻어 살면서라도 연무대역을 계속 가꾸고 싶어하는 김 역장에게,
그가 당연한 자격을 갖고 일을 할 수있도록 연무대역 명예역장으로 임명을 해줬으면 좋겠다.
어려운 일도 아닐 터이니 꼭 그리되길 기대한다.
연무대역을 소개한다.
전형적인 간이역의 모습에서 정감이 느껴진다.




입영열차에서 내린 징집병들은 저 출입문을 나서면서 오리걸음을 해야했단다.
김명환 역장이 오리걸음을 시연해 보였다.


연무대역 마당은 제법 넓다.

김명환 역장과 방문기념 사진을 찍었다.
정성껏 가꾼 꽃밭이 아름답다.


김 역장과 함께 있는 이는전승찬 전 코레일대전충남본부장이다.
역 주변의 수목을 정리하고, 작은 음악회를 여는 등, 연무대역이 오늘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을 했다.

연무대역 대합실에는 재미있는 우체통이 있었다.


연무대역은 김 역장의 작업장이기도 했다.


연무대역 근무자는 총 3명이라는데, 직원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연무대역 사무실
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연무대역 입구 울타리에는 시화들이 빼곡히 걸려있다.
'쉴만한 물가 작가회' 회원들 작품이다.



연무대역에 가서 식사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머지않은 읍내에서 마치 집밥처럼 정겨운 식당을 만날수 있었다..

김명환 역장이 연무대역 명예역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장면이다.
매주 목요일 아침 일찍 신연무대역으로 가서 퇴소하는 장병들을 환송하는 작은 이벤트를 하고 있다.
'쉴만한 물가 작가회' 일행도 매달 한 번은 서울 등지에서 달려와 동참을 한다고 한다.
김 역장 부부는 목요일 아침 이벤트를 위해 수요일 저녁에 미리 연무읍에 내려와서 숙박을 한다고 한다..
이런 정성과 열정을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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