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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역 꽃은 움직인다.

시골역장 일기

by 강병규 2013. 6. 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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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화분 몇 개 들고 오는 걸 보고 누가 그랬었다.

"역장님. 그거 다 돈이잖아요?"

당연히 돈 주고 산 것이니, 돈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그리 큰 돈은 아니다. 담배 안 피우고, 술 안 마시니, 솔직히 그네들이 담배로 공해 일으키고 술로 몸 축내는 일에 아낌없이 쓰는 것에 비하면

턱에도 못미치는만큼이면 족하다. 

영동 장날 아내 따라 장에 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꽃 보러가는 재미...^^*

역에 왜 그렇게 자꾸 꽃을 갖다 놓느냐고 핀잔을 하던 아내 로사도 이제는 역에 꽃 좀 실어다 달라면 흔쾌히 화분을 들고 나선다.

트럭 꽃가게인 '꽃 사세요 아저씨'가 오면 빨리 나가 보자고 재촉한다.

"오늘은 어떤 아주머니가 그러네. 역장님 황간역을 이렇게 이쁘게 가꾸어 주셔서 고맙다고..."

"아까는 서울에서 온 손님들이 대합실하고 역 화단 원두막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황간역 좋다고 난리가 났었어."

이런 말을 하면 로사도 은근 신바람이 나는 눈치다. 자기 남편이 직장에서 하는 일을 사람들이 칭찬한다니까 좋지 뭐...^^!

 

첨엔 이렇게 시작했다. 역사 옆에 방치되어 있던 매발톰과 인동 등을 화분에 옮겨 심었다.

산에서 머위를 캐다 화분에 심었다. 머위를 화분에 심는 것....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다.

그리고 버려진 전선주 통에 수성 페인트 칠하고, 집에 있던 화분과 분재를 갖다 놓았다.

어느덧 머위는 수풀처럼 우거지고, 화분 식구도 많이 늘었다.

요즘 제일 반가운 건 고마운 어느 스님이 보내주신 연이 저렇게 잘 자라는 것이다.(저 물속에 금붕어 10마리가 살고 있다^^*)

명충환 부역장이 캐 온 곰취며 천남성이며 새 식구가 점점 늘어난다.

키작은 나리꽃이 요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어제 아침 사부리 가는 길 옆에서 캐온 부들...

맞이방 야생화 화단의 식구들도 자주 바뀐다.

가운데 있는 건 산삼이다. 혹시나 흑심을 품을까봐 인삼이라고 소개는 하지만 엄연한 산삼^^*

부처손도 돌나물도.... 흔하디 흔한 것들도 저렇게 연출해 놓으니 인기 스타가 된다.

대나무 화분도 사진 많이 찍히고 있다. 요즘 저렇게 굵은 대나무 보기도 힘들다.

 

책꽂이에도 화분을 좀 얹어 보았다.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

 

꽃 기차와 꽃 지게도 인기스타^^* 

원두막과 아치 양 옆의 화분이 황간역의 첫인상을 책임지고 있는데 현재는 역할을 잘하고 있다.

황간역의 꽃들은 한자리에 오래 있지를 못한다. 뒤를 이을 꽃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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