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간역 명예역장인 인터넷 참깨방송 김종환 대표님으로부터 추석 때 역 마당에서 뭔가 이벤트 하나 하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고 사실 막막했었습니다.
귀성객 환영 색소폰 연주 정도야 전승찬 영동역장에게 부탁하면 될 일이지만,
'고향 말씨 경연대회' 같은 거 재미있지 않겠냐는 구체안은 더 난감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8.31일 떠들썩한 음악회 연 지도 며칠 안 지났는데,
동네방네 소문내서 고향 사투리 경연대회로 하자니 너무 큰 일이되고...
그래서 정태경 황간마실 회장에게 얘기했더니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추석날 저녁에 뭐해여?"
"친구야, 우리 황간역에서 만나자."
황간마실 주관으로 황간중학교 35회 동기들을 위주로 하되, 사람 모여지는대로, 막걸리를 곁들여 가며 고향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보는 자리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건 시골역장에겐 의미가 있는 첫 시도였습니다.
그동안의 음악회 대부분은 시골역장이 주관하여 기획하고 마을 주민과 이런저런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출연자 섭외하고 프로그램 짜고 직접 사회를 보면서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물론 정태경 회장을 비롯한 황간마실과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 주신 것이 절대적인 힘이 되었구요.
그런데 이번은 기획에서 진행에 이르기까지를 황간마실-더 정확히 표현하면 황간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위임한 것입니다.
기획은 서울에서 사는 황간역 명예역장 김종환 대표가 하고, 진행은 대전에 사는 황간출신 정태경 황간마실 회장이 하고...
지역주민들이 직접 주관하고 기획하고 운영을 하는 황간역 음악회- 이것이 시골역장이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거든요.
다만 시골역장이 궁리한 것은 이참에 고향역에 관한 이야기도 좀 모아 보고 싶었던 것인데...
참여하는 이가 거의 없다보니, 그냥 이렇게 볼거리 역할만 하게 되더군요.
상품으로 와인도 준비했었는데...ㅠㅠ
나중에 한번 더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고향역에 얽힌 개개인의 추억들을 모으면 황간역만의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거든요.
참깨방송 김종환 대표님은 아예 오전부터 내려와서 취재 준비를 하고 계시고,
정태경 회장이 상촌 막걸리 한 통 들고 오고, 박형진 씨가 손두부랑 김치 안주까지 싸 왔는데,
저녁 18시까지 모인 사람은 몇 안되네요.
그래도 일단 시작합니다.
전승찬 영동역장이 황간역에서 연주하는 것도 몇달만의 일입니다.
그동안 영동역, 추풍령역, 심천역 문화공연에다 영동지역 문화공연 재능기부 연주 스케쥴로 바빴거든요.
"황간을 위하여!"
추석날 저녁 고향역을 사랑하는 이들이 고향역 마당에서 고향을 위해 막걸리 건배를 하는 것, 황간역이니까 가능한 일이지요.
역 마당에서 막걸리 파티했다고 나무랄 분도 있을 것 같아 사족을 좀 붙입니다.
예. 명절날 저녁이고, 특히 이들은 작년 8월부터 황간역 문화행사를 음으로 양으로 이끌고 지원해 온 고향사람들입니다.
이들이 고향역 마당에서 친구들과, 또 고향역을 찾은 여행객들과 고향의 막걸리 한 잔을 나누는 것입니다.
뭐, 크게 탓할 일 아니죠?
김교식 작가와 김종환 대표님 취재 모드 돌입
"우선 우리 동기들끼리부터 오붓하게 이야기 보따리를 좀 풀어 봅시다."
슬슬 나오기 시작합니다. 황간 특유의 그 억양^^*
"그랬디야~~~"
김종환 대표님이 찍고 싶었던 장면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명절날 고향역 마당에서 고향 사람들과 여행객들이 격의없이 어울리는 모습...
구미에서 40여년 만에 물한계곡에 가려고 황간역에 왔다가 황간역의 아름다움에 반해 발길을 멈춘 화가 백석일 선생도 합류하시고
어렸을 적 선생님한테 혼났던 얘기며 소풍갔다 다친 얘기며... 아련한 기억 속에만 들어있던 이야기들이 수십년만에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향친구 아니면 어디서 이런 얘기 꺼내고 함께 듣고 함께 고개 끄덕이며 웃고 그러겠어요?
그런 친구들에게 전승찬 영동역장의 색소폰 연주 선물 <친구여>
어느덧 역 마당이 사람들로 가득해졌습니다.
한쪽에서는 투호, 땅따먹기, 제기차기에 신나고
한쪽에서는 고향 이야기에 즐겁고
시골역장이 특별 준비한 남포등(?) 불빛도 운치를 더해가는 가운데...
(참, 저건 옛날 역에서 쓰던 것입니다. 시골역장의 철도 보물 1호죠)
본격적인 역마당 음악회 모드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것, 이것이 바로 황간역 마당의 자랑거리- '문화현상'입니다.
슬슬 흥이 오르는데, 명절이라 찾아 온 고향역 마당에서 노래 한 곡, 좋지요!
첨엔 이야기 보따리니 색소폰 연주니 하더니
이거 동네 노래자랑 수준으로 헝클어지는 것 같지만.
이런 게 다 추억 아니겠어요?
명절을 맞아 모처럼 고향을 찾아 온 이들이, 고향역 마당에서 고향의 이야기 나누고, 고향 놀이도 하고. 연주도 듣고 혹은 노래도 한 곡 부르고,
또 그런 모습을 보기도 하고... 바로 이런 정경을 찍고 싶었던 김종환 대표님, 소원 성취하셨답니다.
시골역장의 첫번째 시도도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음악회를 하는 건지 동기생들 친목회를 하는 건지 콘셉트가 애매하다보니
저녁 먹고 구경 왔다가 '어? 이거 뭐야?'하고 그냥 가신 분들도 좀 있었지만....
첫번째가 이정도면 다음부터는 잘 될 수 있겠다는가능성을 볼 수 있었으니 큰 수확인 것이죠.
김종환 대표님은 저녁도 안 드셨으면서도 특종 잡으셨다고 좋아하며 부산행 막차로 내려가셨습니다.
아마 오늘 저녁 황간역 마당에서 있었던 모습들, 며칠 안으로 유투브에 쫙 깔릴겁니다^^!
추석 쇠러 서울에 가 있는 최정란 시인에게 황간역 마당의 보름달 아래 음악회 소식을 전했더니,
역시 최정란 시인을 통해 전국에서 보름달 응원이 답지합니다.
부산의 소프라노 조신미 님이 광안리의 보름달을,
최정란 시인은 서울의 보름달을,
충주 바리톤 오경일 님이 동해바다 장호항의 보름달을,
황간이 백모님의 고향이라면서 테너 박안수 님이 전남 장흥의 보름달을,
이예숙 시인은 제천의 보름달을,
그리고 권갑하 시조시인도 문경의 보름달을,
황간역을 사랑하는 블로그 음악감상실 지기 김순옥 체칠리아님이 서울 목동의 보름달을,
톱 연주가 진효근 님은 창원 주남저수지에 뜬 보름달을
충북 영동의 달은 심천에 사시는, 올해 84세인 멋쟁이 색소포니스트 김동흔 선생이 보내 주셨습니다.
이 보름달은 좀 이국적인 분위기가 나죠? 미국 LA에서 시인 이가인 보나 님이 보내 오신, 미국의 보름달이랍니다.
시골의 작은 역이 전국 각지 뿐만이 아니라 해외에 계신 분들로부터도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전국의 보름달이 황간에 다 모였으니, 오늘밤 월류봉 하늘의 보름달은 이렇게 눈부신 달빛을 쏟아 내 줄 것 같습니다.
시골역장이 그림판에서 사진 위에 덧칠하는 기법으로 그려 본 것입니다.
(이 글은 추석날 밤에 쓴 것입니다. 월류봉에는 나가 보지 못했습니다.^^!)
암튼 덕분에 시골역장이 이런 추석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고향역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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