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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폭폭 떠나는 황간역 110년 시간여행

황간역 이야기

by 강병규 2015. 1. 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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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역 110주년 기념물을 만드는 것을 보고 간 백화마을 고성우 사무국장이 블로그 '영동문화마당'에 이렇게 소개를 했습니다.

"평범한 필부의 재미난 생일잔치"

역시 기자 출신다운 필력이 돋보이는, 그의 글 일부를 발췌합니다.

 

 황간역 11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고 한다. 숫자 만으로 보자만 기념할 만한 세월이긴한데, 역 이름으로 보자면 생뚱맞기도 하다.

서울역처럼 대도시에 있는 역에서나 열릴 만한 일이지, 조그만 시골역에서 무슨 110주년 기념식이냐? 할만한 일이다.

사람으로치자면 역사에 뭔가 큰 일을 한 사람에게나 어울릴 만한 "탄생 몇 주년" 하는 행사를 평범한 필부의 생일날에 갖다 붙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자면 그럴 일만은 아니다. 필부의 생일상도 그 가족들에게는 그 어느 위인의 탄생일보다 소중하듯,

황간 사람들에게 황간역은 그 어느 역보다 소중할 터일 것, 그래서 그것을 기념하고 잔치를 벌리는 일은 마땅하고 자연스럽다.

최소한 황간역을 들락거린 이들에게, 황간역은 서울역보다, 아니 그보다 더 거창한 철도역보다 더더욱 의미있으며,

특히나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철도"가 사람들의 삶의 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시골 동네에서 시골의 철도역 탄생을 기념하는 것은,

 마치 환갑이거나 칠순 잔치날에 지나 온 세월을 아련히 회고하듯 철도와 닿아있었던 옛 삶의 지점들을 다시 한 번 추억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잔치를 벌이는 역들은 거의 없는데, 충청도 남단의 작은 철도역인 황간역에서 이런 잔치를 벌일 수 있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이런 생뚱맞고도 기발할 생각을 떠올리고 그것을 쪼물락쪼물락 재미있게 준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중략)

 

 그냥 평범한 시골역인 황간역은 한 두해 전부터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거기에는 "시가 있는 시골역' "시골역 작은 음악회" "시골역 그림, 사진 전시회" 같은 재미난 일들이 이곳에서 종종, 아니 이제는 거의 상시적으로 벌어지고 있어서이다. 음악회니 사진전이니 하는 것들은 이곳이 아니라도 더 크게, 더 멋지게 하는 곳들이 많으므로 별반 주목 받을 일은 아니겠으나 그것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다름아니라 거기에 풋풋한 사람의 냄새, 고향 마을의 흥취들이 베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쩌면 발표하는 그 시간보다 그것을 준비하는 시간들,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들에서 더욱 진솔하게 발견할 수도 있는데, 황간역 110주년을 준비하는 모습에서도 이를 볼 수 있었다.

 

 오는 1월 10일 오후에 황간역에서 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시간은 대충 잡아서 오시라, 좀 일찍 도착하더라도 이것 저것 구경거리가 많으므로 시간을 딱 맞춰 오는 것은 별로 안좋다.

[출처] 황간역 110주년 기념식 준비|작성자 고성우

 

사실 제목은 황간역 110년 시간여행이라고 거창하게 붙였지만,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 전시물입니다.

당초는 황간역 옛날 사진자료와 70년대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자료로 제법 규모있는 철도문화전시를 구상했었는데,  

이런저런 연유로 이렇게 소박한 전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비록 기록이나 자료는 남아 있는 게 거의 없지만, 110년이란 세월의 가치가 그로인해 적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무려 110년동안 황간역을 오갔을 무수한 이들의 가슴과 지역 곳곳에 남아있을 추억과 애환의 흔적들,

그것만으로도 황간역 110년 역사는 기억하고 축하할만한 충분한 가치와 이유가 된다고 봅니다. 

영동에 있는 문구점에서 재료를 사다 오리고 붙이고 해서 만드는 동안,

마치 학창시절 교실 환경미화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벽면에 설치하고 나니 딱 그 수준이군요^^!

행선표로 각각의 테마를 구분했습니다.

역사를 찾아가는 비둘기호 객차입니다.

추억으로 가는 통일호 객차

옛날 차표 한장 들고 타는 무궁화호의 여정

 

향수어린 고향역의 시와 함께하는 새마을호 객차...

이분들 덕분에 그나마 이런 자료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관심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역사란 어차피 시간의 흐름인 것이니, 끊어지는 마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110년을 기념하는 이런 이벤트를 통해, 황간역의 역할에 대해 다시한번 되새겨 보는 것은  의미가 큰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시골역장을 비롯한 철도인들만의 몫이 아니라, 황간역을 이용하는 이들을 포함한 지역사회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일입니다.

황간역의 진정한 주인은 운영 관리를 맡고 있는 코레일이 아니라, 역을 이용하고 역이라는 생활문화공간을 함께 향유해 나갈 지역주민들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대강 정리를 했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황간역의 역사에 관한 자료는 계속 찾아 가겠습니다.

이 또한 시골역장의 할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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