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13.(화) 09:30~11:30 충북 영동 상촌초등학교 2,3,4학년 19명이 황간역에서 철도문화체험학습을 했습니다.
상촌지역에서도 황간역을 이용하니까 일테면 어린이들이 고향역 견학을 한 셈인데,
황간역이 이렇게 지역의 어린이들에게도 의미있는 체험학습공간이 되고 있는 것은 반갑고 기쁜 일입니다.
이번 체험학습은 장윤석 선생님이 기획한 것이었는데,
학교에 돌아간 후 점심시간이 지나자 바로 사진과 소감문을 보내 왔습니다.
그 스피드와 디테일에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성실한 교사입니다.
장윤석 선생이 자신의 학생들에게 좋은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하는 교사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랑삼아 소개를 합니다.
황간역을 다녀와서
황간역을 가는 것은 늘 기대되는 일이다. 만남이 있고 대화가 있기에. 작년에도 가고 싶었는데 학급의 상황 때문에 가지 못 했다. 올해는 꼭 가야지 생각하고 그 첫 발을 떼었다. 감사하게도 여러 선생님께서 관심을 보여 주시고, 행정적인 절차도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황간역으로 출발했다.
역에 도착하니 정겨운 풍경이 마련되어 있었다. 강병규 전(前) 역장님은 밝은 모습으로 우리들을 맞아주셨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무엇을 들려줄지 물어보셨다. 나는 역장님께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말씀드렸다. 역장님은 우리 학교 아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손수 글도 붙여주셨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역 대합실로 들어가 사진전을 구경했다.
그러다 보니 기차가 들어왔다. 아이들과 나가서 기차 구경을 했다. 기차를 바라보며 아이들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철도는 표현할 수 없는 낭만이 있다. 이야기가 있고 추억이 있다. 철길에서 사진도 찍고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황간마실 찻집으로 갔다. 역장님은 PPT도 준비해주셨다. 창고였던 공간이 이렇게 아름답게 바뀐 것이 참 의미 있다. 모든 것이 그런 것 같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찻집이 되기도 하고 창고가 되기도 한다. 시 역시 그렇다. 누구나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시인 것 같다. 자세히 보면 빛나지 않는 것은 없다.
역장님의 말씀은 참 편안했다. 역장님은 아이들과도 잘 소통하시는 모습이 신기했다. 아이들은 차분하게 역장님의 말씀을 잘 들었다.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아이들의 주의를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그럼에도 역장님은 차분히 이야기를 잘 풀어 나가셨다.
역장님의 이야기를 통해 몇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어릴 때의 추억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역장님은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삶의 원동력으로 어릴 때의 추억을 말씀하셨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살았던 시골마을이었지만, 그 곳은 역장님의 삶의 많은 부분을 만들어주었다.
요즘의 아이들을 보며 참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살게 된 것도 어른들이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인내할 수 있었기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나라는 한 사람의 지도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헤아릴 수 없는 인내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이들이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인내심이 있고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었으면 한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녹록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며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야만 하는 것이 진실이다. 때로는 빛이 없는 동굴 속을 걸어가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 보면 빛이 보이는 터널인 것이 인생인 것 같다.
두 번째는 사명에 대한 것이다.
역장님은 “철도는 나의 사명”이라고 하셨다. 붉은 글씨체의 PPT가 참 인상적이었다. 사실 사명감을 가지고 직장 생활을 하기는 참 어렵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직장 생활의 목적이 금전적 수입이지 사명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직장문화는 직장이 되도록 오래 머무르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생산성과도 관계가 깊다. 있고 싶지 않은 공간에서 아무리 오래 있어 봐야 업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월급을 주는 정도만큼만 일하지 그 이상을 생각하기가 어렵다. 일하는 공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생산성에 있어 막대한 방해가 된다.
교육 역시 생산을 한다. 교육은 가치를 생산하는 직업이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무형의 가치가 사회와 미래를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나는 과연 사명으로 이 일을 하는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살아가다 보면 돈이 전부가 아님을 느낀다. 교직이라는 직업의 가치를 매달 받는 월급으로만 환산한다면 조금은 비참해 질 것 같다. 월급 역시 소중하다. 그러나 월급을 넘어 그보다 더한 가치가 숨어 있다. 아이들과의 추억, 선생님들과의 관계, 아이가 바뀌어 가는 보람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이 그 안에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비전에 관한 것이다.
황간역은 역을 폐쇄하고자 하는 위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문제 상황에서 위기를 인식하고, 올바른 비전을 제시했을 때, 역은 폐쇄되지 않고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었다. 저성장과 경기침체가 만연하는 현대 경제 및 사회구조 속에서 이런 발상의 전환은 꼭 필요한 것 같다.
황간역을 꼭 이용해야만 하는 주민의 숫자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용객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장님은 황간이라는 공간에 갇히지 않았다. 더 넓은 지역을 바라보며 고객들을 초청했다. 그 결과 황간역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역이 되었다. 그리고 역 폐쇄의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역의 변화는 멈추지 않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끊임없이 역은 발전하며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곳이 되고 있다.
황간역을 바라보며 혁신의 모델을 발견하게 된다. 혁신을 위해서는 주어진 자원이 많지 않아도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철학인 것 같다. 결국 사람의 생각이 사회와 미래를 만든다. 작은 생각들이 모여 큰 물줄기가 되었을 때, 그 흐름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황간역에서 진실을 보는 안목을 발견하게 된다. 황간역 곳곳에는 시가 있다. 시는 “진실을 담는 그릇”이다. 현실적인 사고방식 속에서 삶은 문제투성이며, 불만이 가득하기가 쉽다. 그러나 진실의 영역에서 삶은 기회와 가능성의 장소이고, 감사가 넘칠 수 있다.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황간역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시에 나타난 진실을 보는 안목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촌 초등학교 역시 지금은 아니지만 폐교의 위기가 앞에 있다. 생각을 바꾸고 미래를 바라보지 않는다면, 10년을 전후로 하여 학교의 폐교 논의가 나올 것이다. 학교는 지역의 허브(Hub)로서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학교는 지역공동체의 활력을 불어넣는 곳이기 때문에, 학교가 사라지게 되면 지역 역시 쇠퇴하게 된다. 단순히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그런 장소가 아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상촌초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동군을 비롯하여 작은 시골 마을들이 어김없이 부딪히는 문제이다. 학생 수가 꾸준히 줄어드는 지금의 상황에서, 지역공동체와 더불어 이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학교는 폐교 쪽으로 가닥이 잡혀 갈 수도 있다. 황간역의 사례를 통해 지금 있는 이 공간에 대한 위기의식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이번 방문에는 최정란 시인께서 함께해 주셨다. 지난번 황간역 음악회 때 뵙고 두 번째 뵙는 것 같다. 정성스럽게 매실차를 준비해 주시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 주셨다. 수업도 있으셨는데 미루고 와주셔서 참 감사했다. 앞으로 황간역에서 시인 분들과 교류하며 나도 시인의 꿈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플랫폼으로 내려가서 역장 모자도 써 보고, 신호기도 흔들어 보고, 나비 날개도 달아 보았다. 나비 날개를 단 아이들의 모습이 천사 같았다. 신호기를 흔드는 아이들의 모습은 제법 어른스러웠다. 진로교육이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실생활의 공간에서 다양한 체험이 진로선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황간역의 명물 트로리를 타면서 참 행복해 했다. 선생님들도 타셨는데 참 즐거워 보이셨다. 나도 탔는데 참 행복했다. 역장 역할도 하고 밀어주는 역할도 하고 아이들은 질서를 지키며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트로리는 2년 전에 왔을 때보다 많이 상태가 좋아졌다. 나무를 새로 대어 안정성을 높이고, 보다 외관이 깔끔해졌다. 역시 늘 성장하는 삶을 살아야 되겠다.
우리가 체험학습 온 것을 지역 주민들은 조용히 보고 계셨다. 그런데 그 표정에서 흐뭇함이 느껴졌다. 바로 이런 것이 마을공동체가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보여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것, 그런 활동에서 진정성이 생기고 변화가 생긴다.
이번 체험학습 곳곳에 역장님께서 고민하시고 준비하신 흔적들이 보였다. 우리는 편안히 다녀왔지만 그것을 위해 늘 수고하는 누군가가 있다. 철도의 정신 역시 같지 않나 생각이 된다. 우리는 철도를 편안히 이용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밤에 누군가는 선로작업을 해야 하며, 기관차 운행을 해야 하고, 관제를 해야 한다. 새삼 우리가 편안히 누리는 것 이면에는 많은 노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체험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그래서 삶을 살아가다가 힘들 때 다시 한 번 열어볼 수 있는 일기장과도 같은 추억이 되었으면 한다.
장윤석 선생님과 두 분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물론 초딩다운 개구쟁이도 있었지만
질서를 잘 지켜 준 착하고 이쁜 친구들도 반가웠어요^^*
낼모레 6월 15일에도 상촌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올 예정입니다.
유치원 11명, 5학년 11명이라는데 벌써부터 기다려지는군요.
(영동에서 노인학교 수업이 있었는데도 황간역에 오는 어린이들 맞이하는게 먼저라며 달려 와 수고를 해 준 최정란 시인과
수경이 엄마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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