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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역] 살아있는 향토역사문화를 만나다-우리 지역 알기 황간마을탐방

황간역 철도문화체험여행

by 강병규 2017. 7. 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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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7일 황간 마을교육협의회에서 실시한 우리 지역 알기 '황간 마을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행복교육지구 추진을 위해 지역의 교육자원을 찾아 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황간에 35년동안 살면서도 몰랐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황간역을 지역 교육자원의 하나로 생각하는 이들과의 첫 만남도 큰 기쁨과 보람이었습니다. 


황간중학교 곽두호 선생이 진행을 담당하였고, 영동교육지원청과 지역의 교사들, 학부모, 유관기관 대표, 지역 주민 등 25명이 함께했습니다.

황간면사무소에서 출발해서 회도석-월류봉 한천팔경과 한천정사-원촌리 고인돌과 1박 2일 촬영장-반야사-백화마을-

노근리평화공원-황간역-황간향교 순으로 버스로 이동하면서 탐방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매곡초등학교 교장, 용문중학교 교장도 합류했습니다.(존칭은 생략합니다)


노근리평화공원 교육관 앞에서의 기념사진입니다.



회도석은 에넥스 공장 지나 월류교를 건너 왼쪽 공터의 바위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황간의 원로이신 서예가 백산 고광부 선생이 회도석(回權石)과 배바위의 유래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대강의 뜻은 이렇습니다.

"황간 장교천에 배 형상의 바위가 있는데, 황간의 정기가 이 배바위를 타고 흘러내린다고 보고

배바위를 돌려 황간의 발전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회도석을 세운 것이다."

회도석과 배바위는 황간면의 정체성에 관한 향토사 자료로도 볼 수 있겠다 싶습니다.



손현수 황간면장이 이 근방 수해 방지 관련 공사 계획을 설명하는 중에, 이 공사에 인근의 배바위를 부수는 것도 포함되었다고 했습니다.

지역의 유래와 관련된 소중한 문화자원이니 보존을 해야한다고 다들 입을 모았고, 재고하겠다는 답이 있었습니다.

황간이 고향인 손현수 면장은 고향 사랑과 고향 발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남다른 공직자입니다.

한명식 추진위원장과 함께 황간면 중심지활성화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황간이 비약적인 발전의 호기를 맞이한 것, 기쁜 일입니다.

   



월류봉 한천팔경에 관해 이혜숙 영동관광해설사가 소개를 했습니다.

원촌리에 사는 주민이기도 하지만 월류봉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남다른 소중한 인적 자원입니다.

  


고광부 선생이 보충 설명을 했습니다.

전설따라 삼천리에도 나왔던 월류봉 천도 복숭아 이야기입니다.

요약을 하면 이렇습니다.


황간 월류봉의 아주 먼 옛날이야기.

달 밝은 밤이면 선녀들이 오색구름을 타고 내려와 산기슭에 있는 맑은 샘물에 목욕을 하고, 노래 부르고 춤도 추면서 밤새 놀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그 아름답고 황홀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자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하루는 담력 있고 호기심 많은 동리 청년 둘이 동리 어른들 몰래 한밤중에 월류봉 절벽을 타고 올라가,

선녀들이 목욕하는 모습과 만병에 효험이 있다는 천도복숭아를 따 먹는 것도 지켜보았다.

어려서부터 불치의 병을 앓아 장가를 못가고 있던 덕만이란 총각이 이 소문을 들었다.

성한 몸이 되어 같은 마을 복녀라는 처녀와 결혼하고 싶었던 덕만은 한밤중에 사력을 다해 월류봉 절벽을 기어 올라갔다.

샘터에서 목욕부터 하고 천도복숭아 나무 아래로 가서 복숭아를 따려 매달렸으나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이 때 돌연 일진광풍이 휘몰아치더니 천둥이 울리고 마른하늘에 번개가 일면서 옥황상제가 말하였다.

덕만아, 손을 떼어라. 너는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그 죄값으로 불치의 병을 얻은 것이니라. 어찌 감히 신선들이 따먹는 천도를 탐하느냐?”

상제님, 저는 꼭 복녀와 결혼을 해야 합니다!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에잇, 괘씸한지고!”

옥황상제의 노한 목소리와 함께 엄청난 벼락이 내리쳤다.

월류봉 봉우리의 반쪽이 떨어져 내렸고, 덕만이는 한줌 재로 변하고 말았다.

이날부터 매일같이 비가 억수로 퍼부어 마을은 홍수로 떠내려갔다.

인간의 부정한 손이 닿은 월류봉 천도복숭아는 개복숭아로 변하고 샘터는 깎이고 메워져 지금은 희미한 흔적만 쓸쓸하게 남아있다고 한다.

 

월류봉 천도복숭아에 관한 TV 사극 '전설따라 산천리'는 아직 못보았지만,

황간 지역의 명승 월류봉이 이런 전설을 안고 있다는 것이 참 반갑고 재미도 있습니다.


고광부 선생은 월류봉 인근에 있었다는 심묘사라는 절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를 했습니다.

그 절터에서 발굴한 연화대가 지금 황간향교의 대성전 기둥을 받치고 있다고 합니다. 



우암 송시열이 강학을 했다는 한천정사에서도 고광부 선생의 경험을 곁들인 해설이 빛을 발합니다.

편액이며 주련의 글씨는 상촌면의 유명한 서예가 담당 송우용(澹當 宋友用 1863~1941) 선생의 작품이랍니다.

고광부 선생은 할아버지의 무릎에서 송우영 선생의 글씨를 익혔고,

그렇게 공부를 한 직계 제자로서 현재 황간면 서도회 모임인 황묵회를 이끌고 있답니다.



사실 그동안 한천정사에 수십 번은 왔었는데 정작 뒤꼍을 보기는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덕분에 아담한 굴뚝을 발견했습니다. 관심에 대한 선물이겠지요.

요즘은 제법 관리가 잘되는 편이지만, 예전에는 무너진 담장과 부서진 기왓장 등을 보노라면 자세히 둘러볼 마음조차 내키지 않았었습니다.



다음은 원촌리 고인돌입니다.

사유지인 포도밭 한가운데에 있어 공공적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지만

북방식 고인돌의 전형적인 모양을 갖춘 귀중한 역사유적입니다.



원촌리 일대는 우리나라 지질학도들의 필수 탐방 코스라고 들었습니다.

인근 고갯길 비탈면에는 공룡 발자국도 있다고 합니다.

어엿한 테마공원도 조성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추고 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향과 의지에 달린 일이라 아쉽다는 생각에만 머물곤 합니다.


아마 이런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현지에서 어느정도 기반을 잡고 사는 입장에서는 마을에 외지 사람들이 관광이랍시고 몰려와서 북적댄다고 좋을 일은 거의 없습니다.

농산물 매장이나 숙박업 등의 수고를 구태여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머지않은 앞날의 일일 것입니다.

마을이 공동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TV 프로그램 '1박2일'을 두 번이나 촬영한 곳으로 유명한 원촌리 쉼터입니다.



반야사에 가면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석천계곡과 반야사, 백화산 일대는 6.25 당시 격전지였고 빨치산의 퇴각 루트였답니다.

대부분의 절집이 그랬듯 반야사도 낮에는 국군, 밤에는 인민군이 점거를 했었답니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다 그런 것는 아니지만 아직도 좌니 우니 하는 사고의 틀에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혹은 안주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싶습니다.

제 주장을 펼치는 것도 일종의 자유이겠지만, 저와는 각도가 다른 남의 주장에도 일견 타당성이 있을 수 있다는-

사물과 현상을 보는 틀은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이지 싶습니다.  

저는 옳고 남은 그른, 그런 경우나 일은 세상에 거의 없습니다.


반야사 입구입니다.



반야사는 작은 절이지만 천년 고찰다운 면모가 있고,

특히 문수전은 우리나라의 2대 명당터로 알려져 있는 길지 중의 길지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반야사에서 공부해서 출세한 이들이 많고

최근에는 50~60년만에 찾아와 주지 스님께 감사 인사를 하는 이들이 종종 있답니다. 


반야사 배롱나무는 수령이 수백 년인 명물입니다.

황간성당에도 아주 멋진 배롱나무 두 그루가 있는 데 황간의 비디오 작가인 이창주 선생이

60년 전에 상주 함창의 외가에서 캐다 심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기회에 이런 저런 지역의 숨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지금의 반야사 자리는 원래의 터전이 아니랍니다.

인근 문수전 앞 쪽 백화산천년옛길에 <반야사 옛터>라는 팻말이 있습니다.

풍수에는 전혀 문외한인 입장에서도 '이런 곳이 절터였다니?' 싶은 자리인데,

반야사 창건과 이전에 관해서도 여러 설이 있답니다.

고광부 선생이 어린시절애 들은 이야기로는 예전의 반야사 터에 하도 빈대가 많아

이곳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답니다.

예전의 절터는 습이 많은 자리이니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싶습니다.


반야사는 템플스테이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100여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다음 코스는 백화마을인데, 교육계에서는 이미 워낙 잘 알려진 곳이라서 이동 중 설명으로 대체했습니다.

백화마을협동조합 고성우 사무국장의 감칠맛나는 설명에 의하면,

백화마을은 백화산 중턱을 깎아 조성한 공동주거단지이니 실은 자연 환경을 훼손한 입장이지만,

친환경 건축소재를 이용한 집짓기와 태양 에너지와 펠릿보일러 등 기후에너지학교다운 생활 면모로

원죄(?)를 만회하고도 남는 아주 모범적인 마을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수년동안 각종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엄청난 노하우를 갖춘 명품 학습코스이기도 합니다.     


난곡리에 있는 청주 한씨 세거지에 들렀습니다.

청주 한씨는 조선 이래 역대 국무총리급 재상만 18명을 배출한 명문가랍니다.


 


황간면 이장협의회회장 한명식 선생도 청주 한씨입니다.



다음 코스는 노근리 평화공원입니다.

노근리평화공원도 워낙 잘 알려진 곳이라, 식사를 하고 교육관 시설만 둘러보는 것으로 간단히 마쳤습니다.

최근 조성한 장미 테마공원과 연꽃 단지가 서서히 면모를 갖추면서

사진작가들과 방문객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고성우 팀장은,

노근리평화공원에서 이야기하는 평화는 전쟁의 반대 개념으로서의 평화만이 아니라

환경, 기후 에너지, 교육, 공동체 등 생태계 전반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상생하는 그런 폭넓은 의미의 평화라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노근리평화공원이 갖추고 있는 제반 인프라는 우리 지역에서 아주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길은, 뜻이 있는 곳에서 실천력을 갖춘 이들에 의해 열립니다.

이번 황간 마을 탐방의 취지도 그런 것일겁니다.

지금까지는 지역의 기관이나 단체, 주민들이 각각 별개의 주체로서 제 몫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부터는 그런 객체들간 상호 교류하면서 지역의 생태 공동체가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 나가야 할 때입니다.



황간역에서는 역의 스테이션으로서의 기능과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소개했습니다.

지역의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은, 한때 폐지 대상으로까지 검토되었었고, 앞으로도 지속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황간역은 문화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역할로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은 시골역이면서도 언론매체와 인터넷 SNS 등을 통해 공간의 제한을 뛰어 넘은 문화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를 통해 새로운 철도 이용 수요가 생겨나고 있으니,

플랫폼의 역할을 통해 스테이션의 기능도 되살아나고 있는 셈입니다.  


'지역에서 기차 탈 사람이 없으면 다른 곳에서 타고 오게 하면 된다.

즉, 상주 인구가 없어 문제라면 체류 인구를 늘리면 된다'- 시골역 철도원의 지론입니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 가을에만 수도권에서 4개 단체 400명의 어린이 기차여행,

의왕시 마을 주민 기차여행 약 150명, 그리고 구로여성인력개발센터 공정여행팀 황간답사여행 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황간 향교 옆에 있는 가학루입니다.

가학루는 어느 시인이 읊은 그대로 절벽 위에 두둥실 떠서 학이 노닐만한 누각이고,

절벽 위로 대나무 숲이 빙 둘러져 있어 시원한 대바람 소리 들으며 탁 트인 사방을 둘러보기 좋은 자리에 있습니다.

그런데 몇해 전에 심은 벚나무들이 어느덧 자라 주변을 에워싸고 서있어 아주 답답한 형국이 되었습니다.

마침 향교 주변에 대규모의 근린공원을 조성 중이라하니 그런 점도 검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황간 향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충효 및 인성학교를 거의 연중 운영합니다.

지역의 학생들은 물론, 수도권에서 오는 어린이나 가족단체 여행객들에게 아주 의미있는 체험여행 코스가 되고 있습니다.



황간향교는 예전 현청이 있던 고을답게 향교의 건물 배치가 전통에 맞게 제대로 되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 기둥 받침돌들이 아까 월류봉에서 고광부 선생이 말한, 원촌리 부근 심묘사 터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네 개의 무늬가 저마다 다릅니다.

이런 이야기는 그 내막을 알고 있는 어르신들이 아니면 잊혀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지역의 어르신들이야말로 살아있는 지역 향토문화박물관이다 싶습니다.






이번 탐방 코스에는 들어있지 않았지만 '황간청소년문화의집' 운영교사로부터 직접 소개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반가웠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고 이를 통한 주목할 만한 성과도 거두고 있었습니다. 

특히 운영교사의 열정에 감동했습니다.

좀더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한다면 학생들은 물론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잘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이번 마을 탐방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황간을 재발견했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을 것입니다.

극히 일부분만 듣고 보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래도 이런 모임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반갑고 기쁩니다.

이번이 첫 걸음이었으니 앞으로 좀더 체계적인 활동이 이어질 것이라 기대됩니다.


특히, 지역의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는 어르신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그분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우리 지역의 이야기들을 채록하는 일도 황간 마을 탐방의 주요 과제일 것입니다.


좋은 기회에 초대를 해준 황간 마을교육협의회,

함께 한 모든 분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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