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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작은 시골 간이역을 성지(聖地)로 만든 주민들-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 하야부사역 축제 방문기

여행 이야기

by 강병규 2018. 8. 1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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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성지순례증명서를 드디어 받았습니다.

2012년 8월 제4회 하야부사역 축제에 갔을 때 보고서 은근 부러워했던 것인데,

올해 6년만에 제10회 하야부사역 축제에서 방문기념 선물로 받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 필자가 함께 한 방문단은 12명이었습니다.

뒷줄 왼쪽부터 김상겸(대전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김미진(성심당 이사), 백민숙(대전보건대 패션코디과 교수), 진은경(테이블가든 대표),

윤희일(경향신문 기자, 하야부사역·지탄역 명예역장),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 부회장, 임영진(성심당 대표),

유정미(대전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교수), 이민(건축가), 앞줄 왼쪽부터 이시모토 준코(우송대 외식조리학과 교수),

송부영(구석으로부터 대표), 서은덕(구석으로부터 대표), 필자입니다.  

 

 

이번에 필자가 준비한 선물은 증기기관차모형이 새겨진 황간역 기념품과 필자가 그린 그림엽서 12장 세트, 

그리고 하야부사역의 꿈이 이뤄지고 계속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그린 부채였습니다.

왼쪽에는 하야부사 오토바이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와카사역의 증기기관차가 관광열차를 끌고 하야부사역을 출발하는 모습입니다.

 

 

돗토리역 부근 식당에서의 환영회식 자리에서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의 히가시구치 세이치 사무국장님에게 전달했습니다.

 

 

하야부사역은 일본 돗토리현의 와카사철도에 속한 작은 무인역입니다.

하야부사역에 관해 필자가 알고 있는 것을 이렇게 소개할 수 있겠습니다.

 

"돗토리 시골의 19.2km 밖에 안되는 철도노선인 와카사 철도가 경영합리화라는 명분하에 폐선 위기에 몰렸었다.

지역 주민들이 나서서 시설은 지자체에서, 운영은 운영회사가 담당하는 제3섹터 방식으로 와카사 철도가 살아남게 되었다.

와카사철도 노선의 중간역들은 모두 무인역인데, 그중 하야부사역은 주민들이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을 결성하고

역무실에는 철도기념품 매장, 역구내에는 열차 숙소, 철도전시관 등도 운영하고 있다.

매년 하야부사역 축제를 여는데, 축제일에는 일본 전역에서 하야부사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자신들의 성지인 하야부사역으로 총집결을 한다.

축제기간 중에는 돗토리 시내의 호텔들 모두 사전 예약이 될정도로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하야부사라는 브랜드의 사케와 쿠키 등도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번져나가면서 일본 굴지의 기업들도 하야부사라는 마을을 주목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하야부사역의 명예역장이자 경부선 지탄역 명예역장인 윤희일 경향신문기자는 내년에 지탄역에서

일본의 하야부사 축제와 때를 맞춰 작은 축제를 열 계획이다."

 

필자는 2012년 12월에 황간역장으로 부임했는데, 2012년 8월에 하야부사역과 와카사 철도를 방문하여 많은 영감을 받았고,

역시 2013년에 황간역이 폐지 위기에 몰렸을 때 지역 주민들과 함께 황간역을 문화가 있는 고향역으로 가꾸면서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일본의 NHK에서도 취재하여 방영할 정도로 국내외적으로 인정 받는 지역의 문화플랫폼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꼭 다시 가고 싶었던 하야부사역이었지요.

 

 2018.8.4.~8.5. 하야부사역 방문 기록입니다.

그곳에서 만난 특별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별도로 소개하겠습니다.

 

 

 

 

 

 

2018.8.4. 저녁 늦게서야 도착했는데,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 회원들이 윤희일 기자와 필자를 맞이하기 위해 역에 나와 기다리고 있더군요.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니시무라 쇼지 회장입니다.

 

 

 

 

2018.8.5. 아침의 하야부사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입니다.

올해는 10주년을 맞아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준비했답니다.

 

 

역 마당은 전국에서 집결한 하야부사 오토바이 라이더들로 북새통입니다.

 

 

이렇게 기념사진을 찍어서 성지순례증명서를 발급해 준답니다. 

그 일은 니시무라 쇼지 회장의 아들이 맡고 있다더군요.

 

 

동네 청년들과 학생들도 방문객들에게 빙수와 과일쥬스, 물수건, 생수 등을 서비스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온 철도원이라니까 신기해 하면서도 밝게 웃어주더군요.

 

 

하야부사역 사무실에 차린 기념품 매장 이름은 바이크입니다.

 

 

2012년 방문시 증정한 지탄역 윤희일 명예역장 사진과 점촌역 강아지 명예역장 사진, 지탄역과 하야부사역 자매결연 증서도 걸어 놓고 있었습니다.  

이날 한국 방문객이 구입한 다양한 철도 기념품은 아마 바이크 매장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매출액이 아닐까 싶을만큼이었습니다.  

 

 

우리는 역이나 철도 노선을 폐지할 때 각종 시설물이나 자료를 쉽사리 폐기하는데

이들은 어느 것 하나 쉽사리 버리는 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철도의 거의 모든 것이 이 비좁은 역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우리 철도에도 있던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살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날 가장 인기를 끈 아이템은 레일을 단면으로 자른, 아주 단순하기 짝이 없는 기념품이었습니다.

 

 

 

 

다들 이런저런 걸 골라 담는 바람에 부회장님이 계산하느라 쩔쩔맬 정도였습니다. 

 

 

 

 

 

 

하야부사역에는 그동안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사 옆 창고에 설치한 철도전시관이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인데도 철도모형 디오라마와 각종 철도 자료가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관 지킴이를 자처하는 이분의 표정에서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주민들의 자긍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역사 앞에 설치한 빨간우체통도 새로운 아이템입니다.

성심당 김미진 이사가 환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은 행사 준비에 눈코뜰새없는 와중에도 한국 방문객들을 위한 선물을 일일이 챙겨줬습니다.

 

 

이번 축제는 10주년이라 하야부사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스즈키 회사에서도 홍보에 신경을 많이 썼더군요. 

 

 

다음날 지즈역에서 돗토리역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하야부사 오토바이 이미지를 래핑한 열차도 만났습니다. 

 

 

하야부사역에서 승용차로 약 5분거리에 있는 죽림공원이 하야부사역축제장입니다.

이날 일본 전국에서 집결한 오토바이가 2,000여대랍니다.

 

 

한국 방문단은 축제장에서 히가시구치 세이치 사무국장과

 

 

니시무라 쇼지 회장을 만났습니다.

 

 

윤희일 기자는 지탄역 명예역장이자

 

 

하야부사역 명예역장의 자격으로 내빈석에 초대됐습니다.

 

 

히라이 신지 돗토리현 지사, 스즈키회사 회장 등 내빈들 면모도 예전에 비해 한결 달라졌더군요.

날씨가 유난히도 무더웠는데 내빈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10분 정도씩 인사를 하는데,

그 또한 하야부사역 축제에 대한 애정의 발로라 생각하니 현편으로는 재미있다 싶었습니다.

 

 

돗토리현 지사의 명함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작은 현이라는 돗토리현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가자들도 잔디밭에 자유롭게 앉아 일장 연설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야부사역 축제에는 이런저런 이벤트가 있지만,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사람들이 잔디밭에 그어진 선을 따라 서서 '하야부사(隼)'라는 글씨를 연출하는 것입니다.

그걸 드론으로 촬영합니다.

 

 

스즈키사 회장과 환담하는 윤희일 명예역장,

내년에는 힌국의 지탄역에서도 하야부사역 축제와 때를 맞춰 오토바이 라이더들과 함께 작은 축제를 열 계획을 설명했다더군요.

 

 

축제장에는 기관과 단체, 기업에서 다양한 부스를 차려 놓고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그중 귀여운 백조 캐릭터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한국방문단은 다른 일정 때문에 축제 도중에 자리를 떴습니다.

 

 

축제장 옆에 있는 꼬마열차 시승장입니다.

예전에는 축소모형 증기기관차가 콩알만한 석탄을 때며 달렸었는데, 이런 모형으로 바꿨더군요.

그래도 꼬마기차를 타면 마치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즐거움을 느낍니다.

 

 

대신 각종 증기기관차 축소 모형을 전시하는 아주 멋진 증기기관차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증기기관차를 타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각종 증기기관차 설계도면을 모은 책자도 있었습니다.

참으로 부러운 일입니다. 

 

 

하야부사 마을에 일어난 변화 중 하나는 하야부사 소학교가 폐교가 된 것이었습니다.

대신 이런 다양한 시설을 갖춘 주민복합문화센터로 변모했더군요.

듣자니 일본의 유수한 기업체 10여개 들어 와 있고, 소프트뱅크사에서도 인재개발원 관련 시설을 입주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고향역을 지키고자 모인 마을 주민들의 노력이 이룬 성과를 일부 소개했습니다.

머문 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런지, 생각은 아직도 하야부사역 마을 어딘가에 머물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필자가 정리해야할 하야부사의 이야기가 더 남아 있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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