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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역]상촌초등학교 황간역 철도문화체험학습(2) -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학생 선생님 고향역

황간역 철도문화체험여행

by 강병규 2018. 11. 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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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에는 장윤석 선생이 학생들을 인솔했습니다.

"역장님. 저번에 인터뷰하러 왔었는데 기억하시죠?"

"그러엄. 어서 와요."


마침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가 들어 올 시간이라 포토존에서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장윤석 선생은 월류봉 쪽 포토존에서도 이렇게 찍었더군요.


"기차야. 잘 가. 잘 가세요~~~."

황간역에 옥상이 있으니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날에 온 학생들은 5~6학년 고학년들이고, 장윤석 선생의 요청도 있고 해서

이런저런 얘기 거리를 나름 준비했는데...


학생들 반응은 뜻밖에도 기대 이하였습니다.

말을 주고 받는 것도 그냥 잘 맞는 날이 있고, 신경을 써도 안 맞는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아주 짧게 마쳤습니다.

"자, 이쯤에서 놀러 나가는게 좋겠지요?"

"예~~~~!!!"


그래서 이런 기념사진도 찍고



역 마당에서 황간역 이야기 조금 덧붙이고


갤러리에서 아이들은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 이야기도 좀 해주고




바로 트로리 타기에 들어갔습니다.

"레일 간격이 왜 143.5cm인지 알지?"

"기차 바퀴의 패인 홈 끝부분은 왜 한쪽이 더 길게 나왔을까?"

"빨리 타요~~"


아이들은 귀보다는 몸으로 더 잘 알아듣지요.


"이왕이면 제대로 하자. 역장님이 열차를 잘 출발시켜요."


"기차가 오는데 건널목에 사람들이 서 있으면 역장은 어떻게 해야지요?"

"야, 너 안 비켜?"



장윤석 선생은 아이들 이쁜 모습 찍으면서 연신 싱글벙글입니다. 


아이들로 선생님만 보면 브이...


상촌 아이들이 코딱지 아저씨라 부른다는, 필자가 늘 멋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기차에서 내리길래

한번 타 보시라고 했지요.


"내가 밀어 드릴게요."

아이들이 이 분들을 정말 좋아하더군요.


코딱지 아저씨도 아주 신나는 표정이었구요.



"이번엔 내가 밀어줄까?"


"우와, 짱 빨라요!"



ITX새마을호 열차와 트로리



탱크 실은 화물열차와 트로리,

철도문화체험학습은 이렇게 아주 간결하게 마무리... 


"여러분들에게 가장 소중한 역은 어디지요?"

"황! 간! 역!"

"예, 여러분의 고향역, 여러분들이 잘 가꿔주세요."


이날 아이들과 장윤석 선생이 깜짝 이벤트를 했습니다.


이렇게 진지하게들 뭔가를 쓰고 그리더니



모아서 역장 모자에 담아 주더군요.


그 중 글씨가 많은 것을 골라 소개합니다.

아무래도 생각도 정성도 더 많이 들인 것일테니까요.




장윤석 선생도 소감문(?)을 보내왔더군요.

장 선생을 만날 때마다 젊은 교육자의 순수한 열정과 함께 현실의 벽에 좌절하는 아픔에 공감을 하곤 합니다.  


그날 플랫폼에서 이런 얘기를 해줬지요.

"선생님은 벽이라 생각하는 것이 어떤 이에게는 보호막일 수도 있습니다.

벽을 벽이라 느끼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요.

벽은 나의 꿈이 얼마나 간절한 지를 일깨워 주기 위해 있는 것이란 말도 있더군요.

기운 내세요. 지금 잘 나아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어린아이처럼

 

영동 상촌초등학교 교사 장윤석

 

늘 어린아이처럼 살고 싶지만, 매일의 일상은 어린아이의 마음을 조금씩 가지고 간다. 그래서 호기심도, 신비로움도 조금씩 사라져 간다. 정신을 차리고 늘 깨어있지 않으면, 지금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앞으로만 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황간역은 나를 다시 깨우는 곳이다. 강병규 전()역장님의 생각과 철학이 황간역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나이는 예순이 넘으셨지만, 마음만큼은 젊고 푸르른 청년을 보는 것 같다. 끊임없이 고민하시고, 도전하시는 역장님의 모습에서 진정한 혁신이 무엇인지 늘 많이 배우게 된다. 역장님은 정년퇴직을 하시고, 임금피크제로 2년 더 황간역에서 근무하셨다. 이제 올해가 그 마지막해이다. 역장님께서 역을 떠나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참 아쉽다


역을 개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안전문제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하루 140여회 열차가 다니는 역을, 체험과 배움의 장으로 여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있다. 그리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열차가 다니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업무 외에 일이 추가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역을 개방하는 것은, 많은 수고로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강병규 역장님은 역을 열어 주셨고, 덕분에 아이들이 귀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학교에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그럼에도 이번 황간역 체험학습을 추진한 것은, 어쩌면 지금이 역에 갈 수 있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었다. 그래서 작년에도 역에 방문했지만, 한 번 더 역에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께 황간역 방문 허락을 받고, 함께 동행 할 선생님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학교의 모든 담임 선생님들이 희망한 것이었다. 준비하는 과정은 참 힘들었다. 계획서, 식사, 답사, 안내장 등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참 많았다. 그래도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 기쁜 마음으로 했다.

상촌초등학교는 전교생 45명에 병설유치원 학생들이 10명 있다. 55명이 한 번에 역에 가기에는 역이 좁아, 두 팀으로 나누어 가기로 했다. 그래서 111일과 2일에 나누어 역에 가기로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역장님께서는 휴가 기간이셨다. 그 말씀을 듣는데 순간 했다. 역장님은 그 기간에 대전에서 철도인을 주제로 사진 전시회를 진행 중이셨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시간을 내 주신 것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그 날도, 오후에는 대전에 바로 가셔야 되는 상황이었다. 그냥 이루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많은 수고가 있어야 일은 이루어진다.


황간역에 도착하니 역장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역장님께서는 근엄하시고 말씀도 많지 않으시지만, 그 따뜻한 마음이 표정으로 미소로,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역장님과 악수를 하고, 학생들과 함께 역 2층 황간마실 까페로 이동했다.

역장님은 학생들을 위해 파워포인트 자료를 준비해 주셨다. 역장님께서 최근에 참여하신 사진전과, 시노래 콘서트를 설명해 달라고 사전에 부탁을 드렸다. 아이들은 역장님의 말씀을 한 20분 동안은 잘 듣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내 집중을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역장님도 그런 모습을 발견하시고 학생들에게 얼른 놀러가자고 말씀해 주셨다.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이들이 역장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조금은 힘들어 보였지만, 그 말씀이 아이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지금은 무슨 뜻인지 모르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겠지만 언젠가는 역장님의 말씀이 이해되고 깨달아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아이들이 겉으로 흘려듣는 것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아이들에게 새겨지는 말들이 참 많다. 늘 말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트로리 체험이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이다. 역의 예비선로에, 레일바이크와 유사한 이동식 트로리를 놓고, 네 명까지 탈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친구 하나가 밀어주면 된다. 황간역에서만 탈 수 있는 명물이다.

아이들이 트로리를 타는 모습은 참 행복했다. 아이들 뒤로 따스한 햇살이 보였다. 햇살과 함께 아이들이 어우러지면서, 아이들의 밝음이 햇살 속에 피어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하나하나의 꽃이었다. 아이들을 싱그럽게 피어나도록 하는 햇살을 만난 것이다.


아이들이 트로리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역장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역장님의 꿈이 화가였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늘 뵈면서 그림솜씨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냥 취미로 하시기 에는 솜씨가 너무 좋으셨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아 역장님의 꿈이 화가셨구나, 그래서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셨구나.

역장님의 꿈은 화가셨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셔서, 철도고등학교에 진학하시고 42년의 철도 생활을 하셨다. 그럼에도 철도원의 일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철도는 나의 소명이라고 말씀하시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늘 노력하셨다.

한번은 역장님이 왜 철도원이 모자를 써야 하는지 말씀해주셨다. 그것은 승객과 철도원을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위기상황이 생겼을 때, 모자를 쓰고 있지 않으면 철도원과 승객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이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철도원은 꼭 모자를 써야 한다고 하셨다. 시간이 지났지만 그 말씀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살다 보면, 일이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참 많다. 그럼에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모든 것을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감사하고 또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문득 사평역에서라는 시가 떠오른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 사평역에서 , 곽재구 -

 

트로리 체험이 끝나고 트로리를 정리할 때였다. 문득 선로 위를 걸어가고 계신 역장님이 보였다. 나는 그 속에서 또 하나의 어린아이를 보았다. 역장님의 뒷모습에는 여전히 꿈을 위해 도전하는 한 눈빛 초롱초롱한 어린아이가 있었다. 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용감한 어린아이가 보였다.

트로리 체험이 끝나고, 대합실에서 소감문을 작성했다. 아이들에게 역장님께서 곧 퇴직이시니 작은 편지를 써주면 고맙겠다고 부탁했다. 대합실에서 편지를 쓰는 것은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이들에게 그 분위기와 느낌이 오래도록 간직될 수 있으면 좋겠다. 대합실은 꼭 판문점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장님에게 모자를 빌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써준 편지를 그 모자에 담았다. 그리고 역장님 주변으로 우리 반 아이들이 둥글게 섰다. 아이들과 함께 말했다. “역장님 감사합니다.” 미리 더 예쁜 편지지에 써드리면 좋았을 텐데, 흰색 A4용지에 써드려 송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제 황간역에서의 체험을 마무리할 시간이다. 아이들을 모아 놓으시고, 역장님은 황간역에 대한 당부를 하셨다.

 

여러분에게 가장 가까운 역이 어디에요?”

황간역이요!!”

 

황간역이 아이들의 고향역이기에, 아이들이 나중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기를 부탁하신 것이다. 철도를 향한 역장님의 소명과 사랑은 참 대단하시다.

역장님처럼 늘 어린아이와 같이 살고 싶다. 삶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플랫폼(platform)”을 만들어 오셨던 역장님.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좋은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학교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좋은 플랫폼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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