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철도원-황간역의 해 저무는 철길에서 42년 철도 생활을 마치며

황간역 철도원 일기

by 강병규 2019. 1. 5. 12:33

본문

2018.12.31자로 철도원 생활을 마쳤습니다.

1976.12.17 충주역 구내원으로 시작한지 42년 15일만에 황간역 역무운용원으로 정년 퇴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한평생이었던 직장을 떠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인생일대의 전환점이지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가을 숲속에서 낙엽 한 잎 떨어지는 일이나 다를 바 없는 일상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퇴직을 앞두고도 별 느낌이 없다가

며칠동안 내내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말이 맴돌았습니다.

 

2018.12.28.(금) 공식적인 마지막 근무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철도 인생을 마무리하는 특별한 날이니,

하루의 이런저런 모습을 기념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시골역 철도원-특히 임금 피크제 역무운용원의 하루 일과는 특별한 게 없습니다.

아침 9시 출근해서 18시에 퇴근할 때까지 황간역에 정차하는 여객열차들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09:20 서울행 제1304 열차  

 

 

 

 

10:55 부산행 제1207 열차  

 

 

 

 

사무실에서 보이는 화물열차 통과 모습

 

 

 

 

12:45 상행 제1306열차

 

 

 

 

 

 

 

 

사무실에서 보이는 itx 새마을호 통과 모습

 

 

상행 13:35 대전행 무궁화호 제1352열차

 

 

 

 

14:04 하행 부산행 무궁화호 제1211열차

 

 

15:51 하행 부산행 무궁화호 제1213열차

 

 

 

 

16:47 상행 서울행 무궁화호 제1218열차

이 사진이 마지막 근무 모습입니다.

마침 플랫폼에 있던 청년에게 부탁을 한 것인데, 이런 의미의 사진인 줄은 아마 몰랐겠지요.

 

 

 

 

마지막 열차가 떠나고 승객들이 건널목을 무사히 건너고

 

 

열차는 멀어져 가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지켜 본 하루하루...

42년 철도원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렇게해서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늦지도 더 멀리 오지도 않았습니다.

  

 

2016.12.17. 황간역장으로 퇴임하면서 남긴 인사말입니다.

시노래 박경하 가수의 권유로 철길 인생 42년을 회상하며 쓴 글이었는데,

나중에 곡을 붙여 선물로 받은 노랫말이 되었습니다.

 

철도원

 

시간 참 빠르더라 기차처럼 지나간다

새벽부터 한밤까지 기적소리 들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고가는 사람들

떠나가는 뒷모습을 지켜주며 살았네

 

덜커덩 덜커덩 덜컹

덜커덩 덜커덩 덜컹

덜커덩 덜커덩 덜컹

 

평생을 지나 온 길 기차처럼 달렸구나

터널 지나 강도 건너 산들 너머 나란한 길

돌아오는 그 길 위에 전호기를 펄럭이며

멀어지는 기적소리 위로하며 살았네

덜커덩 덜커덩 덜컹

덜커덩 덜커덩 덜컹

덜커덩 덜커덩 덜컹

 

 

<철도원> 강병규 작사, 우현덕 작곡, 수사와 노는 아이들 노래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