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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역 철길 옆 작은 카페에서 이지상과 함께 한 시간들-시노래중창단 시동 캠프 음악회

황간역음악회

by 강병규 2019. 1. 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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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 - 그가 황간역 철길에 섰다.

시베리아 광야의 바람이다.'


2019.1.25.(금) 14:03 하행 무궁화호 #1211열차에서 이지상 가수가 내렸습니다.

때마침 세찬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이지상 가수가 오면 황간역 하행 플랫폼의 안도현 시 '철길'이 있는 시 항아리와 함께 이런 사진을 찍고 싶었지요.



이지상 가수는 박경하 가수와 시동 멤버들이 시노래중창단 시동(詩同)의 2019년 첫 캠프에 꼭 초대하고 싶었던 뮤지션이었습니다.

필자도 황간역 2층 마실카페 벽면에 이런 손그림을 그려놓고 이지상 가수를 기다렸지요.



경부선의 작은 시골역, 황간역의 철길 옆 작은 카페,

이 地上에서 이지상과 함께한 시간 - 함께 벅찼고, 함께 아팠고, 함께 그리웠고... 그리고 함께 기뻤습니다.  

그 시간을 소개합니다.


'적당한 갈망, 지나친 낙관'

이지상 가수는 싱어송라이터에 교수이자 집필가이자 팟캐스트 진행자답게 말이 그냥 청산유수입니다.

그런데 그는 '들을 귀 있는 자 들어라' 식으로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들을 다 채운 후에야 비로소 또 흘러가듯,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 밑바닥에까지 닿아 차오르기를 기다려 주는 듯한 그런 미덕을 지녔습니다.  


이지상 가수는 "주저리주러리 얘기를 하면서 가끔 노래도 좀 하"겠다고 하더니,

노래를 더 많이 불러주더군요. 실은 은근 기대했던 일이었습니다. 노래에는 더 많은 말이 담겨있으니까요.


"시는 현실의 환부를 짚어내는 진단서이고, 시노래는 사람들에게 기운을 나게해주는 자양강장제 같은 것이지요." 


시작에 앞서 관객들이 박수를 쳐줄만한 곡을 하나 후딱 때려야겠다며 부른 <동백아가씨>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는 말이있지요.

그런데 그보다 더 먼 여행은 가슴에부터서 발걸음까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 결국은 가슴이 아니라 발걸음이니까요."


<그리움과 연애하다>


<무지개>


필자가 보기에 이지상 가수는 우리 사회의 환부를 드러내는 일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판하고 내세우는 것으로 '내 몫 다했다'하는 그런 부류가 아닙니다.

늘 한결같은 중저음으로 조분조분 설득력있게 말을 건넵니다.  

이런 식입니다.

"모두가 함께 누려야할 자연의 재화들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고, 그걸 누려야 할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방식,

그런 것이 사회의 병적 현상이라면 그걸 둔화시켜야야 한다. 그건 누구나 공감하실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 공동체를 지키고 자신을 지키는 일이니까요."


<울엄마>


"종교보다도 훨씬 더 우리 삶에 근접한 양식들을 맑은 언어로 들려주는 것이 시이고,

그것을 향유하는 것은 맑은 세상을 꿈꾸는 것이죠."


"서삼독(書三讀)- 책은 텍스트를 읽고, 저자를 읽고, 책을 읽고 난 후의 본인을 읽듯,

여행도 거기에 있는 것들을 보고,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보고, 

그곳의 풍경과 문화 역사가 나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는가를 봐야 비로소 완결된 여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우리 사는 모든 것에서 그렇게 깊은 언어들을 꿈꿀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왜 그리운 것들은>


"정신적 영역들의 병을 시를 통해 진단 받는 것이겠죠.

만약에 시라는 존재가 없다면, 그렇게 정제된 언어, 사람의 심장을 파고들수 있는 언어가 없다면,

한시대의 환부를 짚어낼 수 있는 그런 언어가 없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치유를 받을 수 있을까?

시가, 시 한 구절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저는 갖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박경하 가수가 부른 <목련에게 미안하다>라는 노래에 '어디엔가 늘 대신 매맞아 아픈 이가 있다'라는 구절이 있잖아요.

내가 배가 좀 부르면, '아, 누군가 굶주리는 이가 있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고,

만약에 그것이 공동체의 생각이라면, 그런 것이 당연한 현실이 되겠지요."


"안도현 시인의 시 <가을 엽서> 중에 '사랑이 왜 낮은 곳에 있는지, 지는 낙엽에게 물어보라고'라는 구절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시를 읽어보면 사랑은 낮은 곳에 있는 것, 그래서 낮은 것들이 더 소중한 것, 나의 사랑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낮은 곳으로 가야하는 것이란 걸 깨닫고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때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섰을 때 삶이 진창이라면 죽음도 반가운 기별이네'라는 싯구절이나,

'정들 것 없어서 병하고 정듭니다'이런 구절을 새기게 되면 좀더 깊이 있는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철소에서 작업을 하던 29살 청년이 발을 헛디뎌서 그만 전기로에 빠져

쇳물과 함께 녹아버렸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

이지상 가수는 이 노래로 모두를 울게했고,


<그 쇳물을 쓰지 마라>


이 노래로 모두를 위로했습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이 노래는 나에게 너무도 섬세한 노래여서 마이크 없이 그냥 저 쪽에서 그냥 해도 될까요?" 

그래서 이날의 가장 아름다운 연주 장면이 즉석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사랑, 당신을 위한 기도>

 

마지막 곡은 시베리아를 12번 정도 여행한 이지상 가수가 시베리아에서 만든 노래라며 소개한

<보드카>


마지막 곡에 바로 이어 부른 선물 노래

<사랑이 와서 그대 잠을 깨울 때>


그리고 정말 마지막 곡,

시동이 언젠가는 이지상 가수 앞에서 부르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철길>,

이지상 가수와 함께 부를 수 있어 더 행복했습니다. 


<철길-시동과 함께>


이지상 가수의 노랫 자리에 앞서 시동 맴버인 우현덕 선생의 여는 공연이 있었습니다.

수학 선생답게 정확히 공지했던 대로 2곡 반을 불렀습니다.




이지상 가수와 함께 행복했던 이들

박경하 가수와 필자


박경하 가수, 이지상 가수, 시동 맴버 김필성씨, 정정애씨, 필자


양문규 시인


노근리평화공원 고성우 팀장 일행


왼쪽부터 신승렬 영동역장, 김영호 영동경찰서장, 지용태 코레일남북철도연결사업단장


그리고 시동(詩同)...


1.25.~1.26. 이틀간 시동 캠프 일정 내내 이지상 가수의 중저음이 가슴을 울리는 듯했고,

시노래 한 곡 한 곡 잘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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