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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마을의 폐교된 소학교 활용 사례 -

여행 이야기

by 강병규 2019. 8. 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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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딱 그만큼의 세상이다.

나만의 유일한 세상이기도 하지만, 내가 인지하는 테두리 너머의 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여행을 통해 낯선 경험을 하는 일은 나의 세상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난 8.3.~8.5. 2박3일간 일본 여행을 한 것도 그런 생각에서였다.

목적은 하야부사역 축제를 참관하고, 폐교된 하야부사 소학교 활용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었다.

하필이면 양국관계가 최악인 시기라서 일본행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단순한 소비 여행이 아니라 견학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좌고우면할 일은 아니었다.


당초 목적과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올해 11회째인 하야부사역 축제는 전국 각지에서 2,300여대의 하야부사 오토바이가 집결해서 대성황을 이뤘다.

하야부사역 축제는 고향역을 지키려는 마을주민들의 정성이 만들어내고 있는 기적의 현장이다.

하야부사소학교에서는 내가 관여하고 있는 마을의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하야부사 사람들과 만나 변함없는 인정을 나눈 것은 더할 나위없이 고맙고 기쁜 일이었다.


오까야마에서 이틀간 목격한 모모타로축제 광경도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지역 특산물인 복숭아를 테마로 한 축제였다.

유치원 어린이에서 학생과 청년, 중년층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가 마을별 단체별로 각양각색의 전통복장과 분장을 하고,

폭염 속에서도 모두들 신명난 표정으로 역광장과 골목에서 연습을 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던 강한 활력...

특히 마지막날 시내에서 한데 모여 퍼레이드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공동체의 저력이란 바로 저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게도 필요하지만 누군가에게도 소용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하야부사소학교에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개요는 이렇다

300여 가구에 약 1,000정도가 사는 마을의 소학교가 페교가 되자, 주민들이 나서서 학교를 마을 재생을 위한 센터로 되살렸다.

하야부사역을 지키면서 해마다 하야부사역 축제를 열어 작은 시골마을을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고 있는 바로 그들이다.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는, 카페와 식당, 지역 유기농 특산품 판내점, 키즈카페, 독서실, 공유 주방, 세미나룸, 워크숍룸,

전시실, 체육실, 보건진료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운동장 옆에는 수십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는 마을 수영장도 있다.

나머지 교실에는 지역주민 농업회사와 11개 기업이 사무실로 입주하고 있다.

프로그램 운영 주체는 지역주민단체이고, 건물 운영 관리는 별도의 관리회사가 맡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행정기관에서는 전혀 관여를 하지 않은 유일한 사례라고 한다.

프로그램 운영비용은 참가자들의 회비로 충당하고, 건물유지관리는 입주 회사들이 내는 임대료로 충당한다.

지역의 간호협회에서 주 2회 방문하여 건강을 관리해 주고, 년1회씩 주민들 체력검사도 하고 있다.

함께 했던 이들의 표정에서 은근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폐교된 소학교가 주민들의 자랑이자 지속 가능한 마을 재생을 위한 전진 기지로 변신하고 있었다.


하야부사소학교 정문


학교 화단


학교 건물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느티나무와 철봉. 그네


잔디 운동장


본관 입구의 쉼터


본관의 카페 식당 입구



다양한 메뉴


야외용 고기굽는 기구


카페 식당


이 사진은 작년 대전팀이 하야부사역 축제에 왔을 때의 모습


식당 바로 옆에 붙은 키즈 카페



복도를 리모델링한 편의시설


지역에서 생산한 유기농특산품과 수제품 판매장


헬스케어센터


교실을 리모델링하여 세미나실과 위크숍실로 쓰고 있다.

 






하야부사 소학교는 일본에서도 가장 작은 돗토리현의 교통도 안 좋은 오지 시골마을에 있는 폐교이다.

그런데 무려 12개나 되는 기업에서 학교 교실들을 임대해서 사무실로 쓰고 있다.

대도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들이 오지 마을에 입주하게 된 배경을 묻자

안내를 해 준 주민기업 대표가 싱긋이 웃으면서 손으로 자신의 이마와 가슴을 가리켰다.

"요즘 일본 기업들은 거리가 멀더라도 직원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에 입주를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 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 서로가 가슴을 열고 교류하는 분위기에 반해서 함께 하고 싶었다더군요."


내가 속해있던 세상의 테두리 너머에 이 아름다운 마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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