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골 간이역의 명예역장을 하는 것이 소원이었어요."
"황간역 명예역장을 하시지요."
"너무 커요. 작은 역이 좋아요."
"그럼 세상에서 젤 작은 간이역을 소개해 드릴게요. 철길 옆에 달랑 좁은 대합실만 있는 역이거든요."
"오, 세상에서 젤 작은 간이역, 정말 좋아요!"
마치 소녀처럼 눈빛을 반짝이는 박정자 선생의 표정과 그 마음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철도와 기차, 정거장 철길과 역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지요.
2019.8.30. 심천 국악체험촌에서 열린 제2회 영동생활연극축제 개막 무대에서 언뜻 뵙긴 했지만 일면식도 없는 처지인지라 목례만 했었는데,
9.1. 아침 10시경 구구농원 김명옥 대표와 함께 황간역 대합실에 들어서시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랬었습니다.
한국생활연극협회 영동지부장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 연극제를 준비한 김명옥 대표가
선생님께 황간역을 꼭 보여 드리고 싶어서 하룻밤 더 묵어가시라고 붙잡았다고 합니다.
김명옥 대표의 열정과 신념, 추진력은 필자가 생각하는 그 이상입니다.
문화도 그 바탕은 생활이지만, 문화 행위의 지평이 일상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그런 힘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제 막 첫돌을 맞이한 영동생활축제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큰 걸음을 내딛을 거란 확신이 듭니다.
8.30. 가요극 <꽃순이를 아시나요?>를 보는내내 코끝이 찡했었는데, 그 때 열연한 배우들도 함께 왔더군요.
반가웠습니다.
황간역 자랑을 많이 했는데 내내 귀를 열고 좋아해 주셨습니다.
마침 이날 오픈한 다큐멘터리 사진가 박병문 초대전도 깊은 관심을 갖고 둘러 보셨고,
황간역 2층 카페에 있는 한일철도우호교류의 방도 매우 기쁘게 보셨습니다.
한국생활연극협회 정중헌 이사장과 함께,
소래역에서 수원역까지 수인선 꼬마 열차에서의 기억,
학창시절 기차 차장칸에서 눈발을 맞으며 닥터 지바고의 테마송을 부르던 추억도 들려주셨습니다.
기차와 간이역을 사랑한 연극인 박정자 선생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간이역에 명예역장으로 부임할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정말 멋진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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