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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역에서 샘물을 기차에 싣고 만주 봉천까지 가서 팔았다던데... 대륙철도의 꿈

황간역 이야기

by 강병규 2019. 9. 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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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역 건너편 마을에 들샘이라는 우물이 있었는데 물맛이 하도 좋아서,

예전 일제강점기 때는 서울의 물장수들이 기차를 타고 내려와 샘물을 길어서

부산에서 올라오는 기차에 싣고 가서 만주 봉천에 까지 팔았다고 해요."


"황간역이 서울역과 부산역의 딱 중간지점에 있으니까 가능했던 일이지요.

서울과 부산에서 기차가 아침 6시에 동시에 출발을 하면,

서울에서 내려오는 열차가 황간역에 30분정도 먼저 도착했어요.

아무래도 그때는 증기기관차였으니까 부산에서 올라오려면 시간이 더 걸렸겠지.

그동안에 샘물을 길어와 홈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올라오는 기차를 탈 수 있었으니까요."


재작년 가을인가 우송대 이용상 교수와 함께, 지역의 원로인 서예가 고광부 선생과 영상작가 이창주 선생을 모시고

황간지역의 철도와 관련한 옛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한 대화를 나눴었습니다.

그때 서예가 고광부 선생이 해주신 들샘 이야기...


그리고 코레일남북철도사업실장이 필자의 정년퇴임 기념 선물로 가져 온

서울-판문점간 열차 행선표...


이 그림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일테면 대륙철도 노선도입니다.



애초 생각한 것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황간역 철길은 예전 부산에서 신의주 만주로 가던 열차가 다니던 바로 그 철길이니,

새로 만드는 역명판에 이렇게 붙여 놓으면 좋겠다 싶었지요.

옛날 광고판 자리에 황간에서 평양까지는 몇 키로 모스크바, 파리, 런던까지 몇 키로...

그걸 보면서 남북철도와 대륙철도가 연결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디까지 펼쳐지는 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겠다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사진에 이미지를 편집한 것입니다.)



오늘 설치된 역명판에 필자의 의견이 반영 되지 않아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황간역 2층 마실카페와 '한일철도우호교류의 방' 벽면에 이렇게 붙여 놓았으니

관심있는 이들과 이야기를 펼칠 자리는 마련된 셈입니다.


황간역에서 기차를 타면 어디까지 갈 수 있게 될까? 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공간으로 연결되는 철길뿐만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런 철길도 염두에 둔 것이었습니다.


황간역 건너편 동네의 들샘은 새마을운동 땐가 우물을 메워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답니다.

언젠가는 샘이 복원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만주 물장수들이 기차를 타고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또한 황간역의 철길을 따라 올 미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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