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역장 일기는 게으르기가 짝이 없습니다. 이 일기는 이미 한달 가까이나 지난 4얼 10일(목)의 이야기입니다.
그 때 바로 안 올리다 보니, 4.12일 '백수 정완영 시인과 함께하는 황간역 작은 음악회' 끝내고 일기로 쓸 거리가 하도 많아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 이른 것이지요.
경기도 가평에서 기차를 타고 황간역을 찾아 온 박철현, 장귀순 시인 부부의 작은 행복 이야기입니다.
작년 12월, 김천에서 스승인 백수 정완영 시인을 모시는 소임을 마치고 올라가실 적에
"복사꽃 피는 봄날에 오겠습니다." 한 약속대로, 기다렸던 봄날을 맞춰 황간역을 찾으신 것입니다.
부부가 모처럼 홀가분하게 기차를 타고, 오직 황간역만 목적지로 정하고 편한 마음으로 오셨다 합니다.
가평 숲의 선물로 잘 말린 표고버섯(화고) 한 봉지와 층층나무를 비롯한 싱그러운 수액 2병을 바리바리 싸 오셨습니다.
넉넉한 그 마음이 참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이 고마운 시인 부부에게 시골역장이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선생님이 시인의 시를 직접 쓰세요."
황간역 하행 승강장에 있는 '시가 익는 장독대'에 미리 준비해 둔 항아리가 있었습니다.
글씨를 보면 사람을 안다고 했지요.
박철현 님은 스케일이 크고 안목이 참 넓은 분 같습니다.
보는 사람 마음도 참 넉넉해지는, 시원한 배치에 시원스런 글씨체입니다.
때론 자뭇 진지한 표정이 귀엽기조차 합니다.(^^!)
마침 기차가 지나갑니다. 시골역장이 이런 순간 잡는 센스 좀 있는 편이죠^^*
남편이 아내의 시를 쓰는 이벤트는 이렇게 다정한 표정으로 마무리^^*
시인 아내의 시를 시골역 승강장 항아리에 써 놓은 남편, 그런 남편을 바라보는 시인 아내
'행복'에 어떤 모양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요?
덩달아 시골역장도 행복합니다.
<싸락눈 뿌리는 날>
싸락눈 뿌리는 뜨락
종종걸음 참새가
햇살 줍는다.
맨발이 시린 참새
하얀 신발 속으로
싸락눈이 숨어 들면
누군가 올 것만 같아
항아리 속
익어가는 다래 술
장귀순 시인의 시집 [그리움의 저편]에서 황간역의 항아리에 어울리는 시로, 시인 부부가 특별히 선정한 시입니다.
올해는 가평 시인 부부의 집 항아리 속에 잘 익은 다래 술도 한모금 맛 볼 수 있는 그런 행복이 시골역장에게 주어지길 은근 기대해봅니다^^!
황간초등학교에 가서 최정란 시인을 만났습니다.
이런 만남의 장면, 시골역장도 좋아하는 컨셉입니다.
시인들이 이렇게 만나는 모습은 언제봐도 아름다우니까요.
황간역 마당에 있는 장귀순(시안) 시인의 시입니다.
시골역장이 그린 삽화가 너무 크게 되어 볼 때마다 반성하게 됩니다.^^!
'황간역'이 들어 간 시는 이렇게 역 마당에 모아 놓는 중이지요.
황간역 하행 승강장에 있는, 남편이 쓴 장귀순 시인의 시 항아리입니다.
오가는 기차 소리 들으면서, 항아리 속에 담긴 작은 행복... 잘 익히겠지요?
시골역장이 황간역 승강장의 항아리들에 담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작지만 오붓하고 마음 포근해지는 그런 행복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잘 익은 행복들이 황간역을 찾는 이들에겐 맑고 향기로운 시의 향기로 우러나길 바라는 것이지요.
"시가 있는 황간역"의 모습, 이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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