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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역, 휘파람 부는 사나이에게 납치 당하다

시골역장 일기

by 강병규 2014. 6. 2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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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장님, 지금 남자 하나 납치해서 황간역에 가는 길이예요."

최정란 시인입니다.

11시경에 도착 예정이랍니다.

밤11시면 황간역은 대합실-1998년 철도100주년을 맞아 철도용어 순화를 해서 '맞이방'이 바른 표기이지만, '대합실'이 더 詩적인 맛이 나서 시골역장은 제 블로그에 '대합실'로 씁니다-문 닫고 불 끄는 시간입니다.

시계를 보니 한 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그런데 납치해 오는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나니 

9시 막차 보내고 전기 아낀다고 역광장 조명등 끈 거, 대합실 조명등 반만 켜 놓은 게 맘에 걸리기 시작합니다.

 

'황보서',

2013.12.14일 김천 문화회관에서 열린「음악과 함께 하는 白水 시조낭송회」에서 백수 정완영 시인의 <애모>를 휘파람으로 기가막히게 연주해 백수 시인께서 그리도 좋아하셨다는,

오는 8.9일 황간역에서 열릴 백수 가곡음악회에서도 휘파람으로 <애모>를 연주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스포츠 서울 제정 2012년 The Best 기업/브랜드 대상 예술/연구부문 수상자이자.

제27회 IWC 중국 휘파람 세계대회 시니어 팝송부문 대상을 수상한 한국인 최초의 휘파람 세계 챔피언(Pro Whistler)입니다.

 

성질급한 시골역장,

결국 10시 35분부터 역광장 조명등 켜고 대합실 천장과 갤러리 조명등까지 다 켜 놓고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밤 10시55분경, 초여름밤 납치극의 주인공들이 나타났습니다.

개미 발소리도 안 들리던 역 광장이 갑자기 떠들썩해집니다.

납치되었다는 황보서 님의 목소리가 납치범을 자처한 최정란 시인보다 더 큽니다.

 

 

저렇게 기골이 장대하고 눈매도 부리부리하고 목소리도 우렁찬 남자가,

목소리는 여느 사내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저 쬐끄만  여 시인에게 순순히 납치되었을리가 없습니다.

시골역장의 머리 속이 분주해기 시작합니다.

 

시골역장이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할 때가 아주 가끔 있는데, 바로 이런 때입니다.

마침 집에서 가져 온 기타가 있었습니다.

황보서 님의 연주를 청해 듣기 위해 미리 준비해 놓은 것 같잖아요!

역시 세계 챔피언답게 기타 연주도 대단한 수준입니다. 

한밤중 시골역 사무실에서의 휘파람과 기타의 앙상블.... 

환상적인 연주를 듣는동안 납치극의 전모, 그 실마리가 슬슬 풀리기 시작합니다.

  

 

 시골역장이 나름 파악해 낸 사건의 전말입니다.

1. 지난 4월 시골역장이 백수 정완영 동시조 그림전에 전시한 작품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음.

2. 최정란 시인이 이걸 퍼서 황덕식의 음악 카페에 올렸음.

3. 거기에 있는 이 <반야사 가는 길>이란 시조를 황보서 씨가 보는 순간 필이 팍하고 꽂혔음.

4. 그 필로 <반야사 가는 길>이란 곡을 이렇게 만들었음.

 

<황보서 님의 기타와 휘파람 연주 - 반야사 가는 길>

 

5. 그런 인연으로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몰랐던 '황간역'과 '반야사'가 황보서 씨에게 의미있는 곳이 되었음. 

6. 그랬던차에...

7. 오늘 무슨 연주회인가에 다녀 오는 길에 동대구역에서 기차를 놓쳐 장장 2시간 반인가를 대책없이 허비해야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갑자기 황간역에 필이 꽂혔음.

8. 그래서 납치범이 피납자가 운전하는 자가용을 타고 황간역에 오게 되었음.(??)

9. 7번까지는 무리없이 풀리던 얘기가 8번에서 이상하게 얽히지만...ㅎㅎ

10. 결론은, 이 날 납치극의 진짜 주동은, 당신께서는 아무런 영문도 모르시겠지만, '백수 정완영 시인'이시란 것임.

왜냐면 백수 시인의 시조가 시골역장, 최정란, 황보서 이 세 사람을 온통 사로잡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일어날수 밖에 없었던 예정된 사건이 하필 이 날, 시골역장이 야간 근무를 하는 날에 맞춰 마치 짜맞춘 것처럼 벌어졌을 뿐이란 것임. 

 

 

백수 시인의 <반야사 가는 길>에 사로잡힌 황보서 님.

 

 

따지고보면 자신도 피납자 신분이면서도 세계 챔피언과 기념사진 찍는 게 그저 좋기만 한 시골역장...ㅎㅎ 

 

 

그런데 황간역 대합실 곳곳에는 백수 시인이 쳐 놓은 그물이 산재해 있었으니...

(시골역장이 쳐 놓은 건가??)

 

 

암튼, 이 날 황보서 씨에게 새로 필 꽂힌 것만도 5개라니....

시골역의 한밤중 납치극이 앞으로도 종종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이 스물스물 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시골역장이 이날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판단한 게 아니다 싶은 것이...

납치범 일행이 '역장님 이제 쉬셔야 한다'면서 시골역장을 풀어 준(?) 시각이 새벽 1시 40분...

그러고보니...

아차, 그날밤은 황간역이 휘파람 부는 사나이와 그 동반자에게 온통 납치를 당한 것이었구나!!!

ㅎㅎㅎ

 

<황보서 님의 기타와 휘파람 연주 - 애모>

 

시골역장도 휘파람을 슬근슬근 따라 불었지요.^^!

참, 황보서 님이 휘파람으로 연주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한 번 들어 보세요.

와~~~~

물론, <애모>등 다른 연주 곡도 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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