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음악회는 사실 미리 계획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새 8월이 지나가고 있는데, 시화전 작품 내리기 전에, 몇 명이 모여 시낭송이라도 해야 서운하지 않겠냐는,
며칠전 최정란 시인의 말에 그렇군요하고 맞장구를 친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일이란게 참, 되려면 이상하게도 됩니다.
그냥 최 시인이 아는 분 몇하고, 역에 가서 또 동시조낭송하고 싶어하는 황간유치원 아이들 두세 명 오고,
마침 토요일 평택어린이집에서 단체여행 온다니까 영동 백기석 선생이 기타 반주로 동요 부르기 해 준단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었는데....
바로 어제 아침의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 누구누구 오시는 건가요?"
"심천 김동흔 할아버지도 오시고, 영동의 하모니카 할아버지로 유명한 전 용산면장 민병수 선생도 오시고...
백기석 선생이랑 황간 119 성낙현 팀장이랑..."
세상에... 바로 오늘인데....
시골역장은 점심시간 다되어서야 출연진의 전모를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부랴부랴 원숙이 화가에게 전화부터 했습니다. 다행히 음악회 플래카드 아직 인쇄 안 됐답니다.
"화가님, 8.31일 음악회 플래카드에 제21회가 아니라 제22회 황간역 음악회로 써주세요."
........^^!
그리고, 아침에 온 평택시립현덕어린이집 원장님에게
"오늘 저녁 18:30분부터 음악회 하니까, 아이들 동시조 낭송도 하고 동요 부르기도 하세요."
"어머, 잘 됐네요. 이따가 월류봉에서 삼행시 짓기도 하는데 그걸 발표해도 되겠네요!"
그래서....
오늘도 시골역장 땀 나는 날입니다^^!
음악회 제목은 <황간, 참 예쁜 추억>으로 정했습니다.
오늘 음악회에 함께 하는 이들에게나 황간역을 찾는 이들에게나, 황간역과 황간이 '참 예쁜 추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은 것입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그리고 아빠들에게도, 어쩌면 우연히 들른 시골역에서 이런 음악회도 보고,
출연까지해서 친구들과 합창을 한 이 시간이 황간에 대한, 그리고 어린시절의 예쁜 추억이 되겠지요.
시골역장의 일기는 좀 장황합니다.
시시콜콜한 것 다 써놓고 사진도 찍은대로 막 올립니다.
말그대로 일기니까요. 시골역에서 일어난 좀 특별한 일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중요하기도 합니다.
이 분들입니다. 왼쪽 앞은 심천에서 오신 김동흔 선생이십니다. 올해 연세 84세이십니다.
6천여평 되는 복숭아 농사 지어 스마트폰으로 전자상거래하는
분입니다. 가운데는 영동에서 파샵 색소폰 동아리를 지도하는 백기석 선생입니다.
오른쪽은 민병수 선생이십니다. 용산면장으로 퇴직을 하셨는데 영동의 하모니카 할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분입니다.
이 분들 오후 4시경에 오셨습니다. 저녁 6시 30분부터 시작하는 공연 리허설을 하러 오신 겁니다.
사실 공연 전 리허설이 기본이긴 하지만,
시골역 대합실에서의 작은 음악회에도 이런 정성을 보이는 그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김동흔 선생님은 81세 되던 해에 색소폰을 시작하셨답니다. 참 놀라운 어른이십니다.
전국 노인 PC경진대회에선가 우승도 몇 번 하셨다는군요.
영동의 색소포니스트 백기석 선생, 원래는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명 기타리스트였답니다.
노래... 와! 기가 막혀요.
최정란 시인이 지도하는 황간유치원의 박수경, 민서윤 어린이도 일찍 와서 이렇게 리허설을 하는군요.
어찌나 이쁘고 대견스러운지!
그래서 엄마랑 함께 이런 이쁜 사진을 찍었지요.
시인 선생님하고도 찍고
시골역장하고도... 이 아이들에게 황간역이 이 액자틀처럼 예쁘게 기억되길^^*
역 인근에 있는 백수 정완영 시인 단골 식당에서 올갱이해장국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커피 한 잔하면서 이렇게 기다렸다가...
6시 45분쯤 되자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는 오늘의 관객들...
그동안 비가 제법 와서 물이 많이 불었을텐데도 어디서 어떻게 잡았는지 올갱이며 민물조개며 한통씩 들고 오는군요^^*
이미 역 마당 한켠에서는 무대에 설 준비에 바쁘고...
예정시간에서 거의 30분이 늦어졌기 때문에 서둘러서 연주 시작,
백기석 선생의 기타 반주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 <행복한 사람>
민병수 선생님의 하모니카 연주와 백기석 선생의 기타 반주 <반달>, <섬집아기>
황간유치원 박수경, 민서윤 어린이의 백수 정완영 시인 동시조 낭송 <봄 오는 소리>, <외갓집 가는 날>
최정란 시인도 스승인 백수 정완영 시인의 <할아버지 고향마을엔>을 낭송했습니다.
평택시립현덕어린이집의 어린이들도 백수 정완영 시인의 동시조를 낭송했습니다.
요즘처럼 언어가 거친 세상을 사는 우리 아이들이, 백수 시인이 우리말로 빚어낸 아름다운 동시조를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효린 어린이 <할머니집 가는 길, 백수 정완영 시>
허리 굽은 우리 할머니 살고 계신 고향 집은
고목나무 가지도 굽고 장에 가는 길도 굽고
논두렁 밭두렁 길이 모두 따라 굽습니다.
김수민 어린이<외갓집 봄, 백수 정완영 시>
파뿌리 같은 머리 외할매가 사는 집은
그 옛날 달래머리 울엄마도 살았대요
밤이면 꽃다지 같은 별빛 총총 돋았대요
김예지 어린이 <울엄마 봄, 백수 정완영 시>
한 구비 돌아서면
느릅나무 속잎 피고
한구비 돌아들면
골물소리 환히 피고
한 구비
더 돌아들면
아! 낮달 같은 울엄마.
이어서 평택시립현덕어린이합창단(?)의 동요합창 <도레미송>, <작은 세상>, <옹헤야>, 한 곡 더 불렀는데...
아, 기억을 못하고 있습니다^^!
누가 알려 주시면 나중에라도 추가할께요. 아주 또랑또랑 하도 잘 불렀는데, 미처 동영상으로 찍지를 못했어요.
아이들도 신이 났겠지만...
보세요, 아빠들이랑 선생님들도 온통 신바람 났지요^^*
'아빠와 함께 떠나는 기차여행'의 하일라이트가 아닐까 싶네요.
사실 어디서 이렇게 예쁜 추억 만들 수 있겠어요?
김동흔 할아버지가 어린친구들에게 색소폰으로 동요를 연주해 주셨습니다. <고향의 봄>, <어머니 은혜>, <과수원 길>
84세의 고령에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기량을 보여 주셨어요.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선물하셨습니다.
이렇게 황간, 참 예쁜 추억이 모두의 마음을 가득 채운 시간이었습니다.
평택에서 온 친구들이 19:39분 무궁화호 기차 타러 승강장으로 나간 후...
백기석 선생이 시골역장을 위해 특별 연주를 했습니다. <리멘시타>입니다.
작년 음악회 때 백 선생의 색소폰 연주로 듣고 황간사람들 모두가 반한 곡이거든요.
어찌나 고맙던지요.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 온 몸으로(?) 표현했답니다.
이윽고 열차가 들어오고...
"역장님 담에 꼭 또 올께요!"
그럼요. 또 오셔야죠. 아마 소문이 좀 나면 다른 아이들도 데리고 오셔야할걸요^^*
오늘도 변함없이 대전에서 내려와 무대준비부터 정리까지 도와 준 정태경 황간마실 회장과
'갑자기 음악회'로 시골역장을 잠시나마 긴장 국면으로 몰아놓고도 짐짓 태연한 척 했던 최정란 시인께,
그리고 경위야 어찌되었건 간에 주말 귀한 시간 할애한 백기석 선생과,
음향기기 세팅하는 수고만 하고 정작 자신의 연주할 틈은 갖지도 못한 황간119센터 성낙현 팀장님,
특히 김동흔 선생님과 민병수 선생님께,
시골역장이 감사 인사 드립니다.
고향역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기석 기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백기석 색소폰 연주 <리멘시타> 때마침 눈치도 없이 나오는 역 안내방송과 아주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는군요^^!
이런게 시골역 대합실 음악회의 색다른 매력일 수도 있지요. 일부러 넣기도 힘들잖아요^^!
백기석 기타 연주 노래 <행복한 사람>
민병수 하모니카, 백기석 기타 <섬집아기>
민병수 하모니카, 백기석 기타 <반달>
김동흔 색소폰 연주<어머님 은혜>
김동흔 색소폰 연주 <고향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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