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 시골역 간이역 플랫폼에 코스모스 피어 있는 곳,
이따금씩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키 큰 수수와 키 작은 들국화가 함께 손 흔들어 주는 곳,
플랫폼에 있는 장독대에서는 고향과 추억, 여행과 사랑의 시가 익어 가는,
시골 간이역이 있습니다.
경부선의 딱 중간지점 충북 영동 황간역입니다.
플랫폼에 있는 장독대에 코스모스가 만발했습니다.
이따금 기차 지나갈 때마다
코스모스 목 언저리 어루만지던 바람도 기차 따라 갑니다.
그 때마다 하늘은 한뼘씩 높아집니다.
외갓집 고향과 어머니가 있는 장독대...
고향에서 보던 수수가 플랫폼에서 익는 사이..
코스모스 사이에서 시도 익어갑니다.
코스모스 오솔길도 있고...
해바라기 역 마당도 있는 곳,
조롱박에 담긴 어릴 적 외갓집 가던 이야기
어린 날 업고 엄마 기다리던, 아, 내 누나
엄마의 품
고향의 품...
고향역을 지키는 가족...
허수 아빠
허수 누나
허수와
허수 엄마...
지켜 보는 이 없어도 기차는 오가던 시간들
시골역의 액자는 모두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주가 익어가던 시간도
달개비 꽃 피어나던 시간도...
조롱박들 숨어서 이만큼이나 커 온 시간도...
시골역 마당에도
홍시 익어가는 감나무에도
대합실 앞 국화 화분 속에도
마음의 짐 내려 놓으면 들을 수 있는 곳
이 가을의 황간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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