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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역 시골역장의 이원규 시인과의 짧은 동행기- 영동 레인보우도서관 인문학 강의

시골역장 일기

by 강병규 2016. 7. 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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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9일 저녁 7시 영동군 레인보우영동도서관에서 열린 이원규 시인의 인문학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 주제는 자연 그대로의 삶을 통한 '행복한 글 쓰기-누구나 시인이다'였습니다.

양문규 시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안내를 보고 찾아 간 것이었구요.


시골역장이 예전에는 '지리산 시인'으로 막연히 알고 있던 이원규 시인을 마음으로 가깝게 생각하게 된 것은,

박경하 가수의 첫 앨범 '시린'에 실린 <동행>이란 노래 덕분이었습니다.

시도 곡도 노래도 좋아 동영상으로 만들기도 했지요.


이원규 시인이 강의장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역시' 싶었습니다.

예의 오토바이 복장에 헬멧 들고 배낭을 메고,

온 얼굴로 활짝 웃으며 들어서는 모습!

강의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였는데 시간이 언제 흘렀는지 모를만큼 집중 할 수 있었습니다.

서글서글한 표정, 알아듣기 쉬운 말로 시원시원하게 이야기를 풀어주었으니까요.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강모연 선생이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말 했다.

 이 말 저 말 많이 했다.

 어떤 말은 머리에 남았고

 어떤 말은 가슴에 남았다.'


그런데 시골역장은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원규 시인은 말 했다.

 이 말 저 말 많이 했다.

 어떤 말은 메모에 남았고

 어떤 말은 기억에 없다.'


말끝마다 고개를 끄덕이느라 미처 메모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입니다.

메모했던 말을 옮겨 적습니다.

시골역장에겐 이원규 시인과의 짧은 동행기인 셈입니다.


글을 잘 쓰는 왕도는

밥 먹을 때는 밥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야 밥을 씹으면서 논에 물 대는 농부의 장화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구체성과 진실성이 먼저이다. 과장이나 축소는 나중의 일이다.

제 어머니를 울리지 못하는 시는 헛방이다. 솔직하게 써야 공감이 된다.


문학의 시작은 사물과의 대화이다.

삶의 깊이가 문학의 깊이다.


문학의 출발은 내 몸의 반경에서부터 시각해야 한다.

머리카락, 안경, 손과 발 등...


문학의 자기 구원은 자신의 상처에 정면으로 마주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때 가능하다.

자기 치유가 되어야 타인의 공감도 얻을 수 있다.


문학은 해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그리고 초중고 600명이 참가한 백일장에서 장원으로 뽑은

 한 초등학생의 시를 소개했습니다.


송아지


송아지의 눈은

크고 맑고 슬프다


그런데

소고기 국물은 맛있다


어떻게 하지


이원규 시인은 초등학생이 쓴 이 시가

미(美)와 추(醜), 충돌(衝突)로 이루어진 완벽한 시라고 했습니다.

듣고 보기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으로도 시를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 송이 들꽃을 사진에 담기 위해

꽃이 피기 시작할 때부터 꽃잎이 질 때까지  

바로 옆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한다는 그 작업 태도는

뭉클한 감동이었습니다.


이원규 시인을 만나러 대전에서 온 이들도 많더군요.


양문규 시인이 '박경하 가수하고 친한 시골역장'이라고 소개를 해줬습니다.

이원규 시인과는 이미 구면이고, 시인도 시골역장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백화마을 고성우 사무국장이 찍은 것입니다.

이 도서관에서 오래전부터 인문학 모임을 하고 있답니다.

인문에 소양을 갖춘 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지역을 위해서도 반가운 일입니다. 


최정란 시인과도 함께


강의 끝나고 뒷풀이 자리,

시골역장은 술을 하지 못하는 처지라 시인과는 수작조차 못하고 바로 일어섰지만

참으로 소탈한 시인의 모습은 참 반갑고 기뻤습니다.


그리고 양문규 시인이 생각하고 있는 황간역의 모습이 고맙고

시골역장도 그리되길 바라는 것이어서 

또 기뻤습니다.


<동행>


      이원규 시/ 백창우 곡/ 박경하 노래


밤마다 이 산 저 산

울음의 그네를 타는

소쩍새 한 마리


섬진강변 외딴집

백 살 먹은 먹감나무를 찾아왔다


저도 외롭고 외로웠을 거다


<동행> 이원규 시/ 백창우 곡 / 박경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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